이 부회장은 3일 오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5G 네트워크 통신 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고동진 IM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전경훈 네트워크사업부장 부사장 등의 경영진이 함께했다.
이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새롭게 열리는 5G 시장에서 도전자의 자세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5G는 인공지능(AI)·바이오·전장부품과 함께 삼성전자가 총 180조원 규모의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힌 ‘4대 미래성장 사업’ 중 하나다.
그동안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다른 영역에서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 1위를 지키고 있었지만 네트워크 통신장비 시장에서는 오히려 선두 그룹을 뒤쫓는 입장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델오로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삼성전자는 통신장비 점유율 9%로 화웨이(31.2%)·에릭손(29.8%)·노키아(23.9%)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5G에 힘을 실어준 것은 5G 상용화 이후에 통신장비 시장의 흐름을 삼성전자가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오는 2020년 통신장비 시장점유율을 2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통신장비를 담당하는 네트워크사업부장에 전경훈 부사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5G 장비와 단말·칩셋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라고 자신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5G 네트워크 장비 생산공장을 ‘스마트 팩토리’로 구축해 불량률은 낮추는 한편 생산성은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업계 최초로 5G 표준 멀티모드 모델 개발에도 성공했다.
대외적인 분위기도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당초 국내에서 전국망으로 사용되는 5G 주파수 대역인 3.5㎓ 대역에서는 화웨이가 삼성전자보다 통신장비 기술력이 한 분기가량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미국에서 화웨이 통신장비에 대한 보안 우려를 꾸준히 제기하며 ‘반(反) 화웨이’ 진영을 구축하며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부회장이 ‘도전자의 자세’를 언급한 것 역시 올해 본격적인 5G 상용화와 대외 여건 속에서 추격 주자에서 선두 주자로의 지각 변동을 일으키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이 부회장은 수원사업장 구내식당에서 직접 식판을 들고 직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직원들은 이 부회장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