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누구나 가슴이 설레게 마련이다. 새로운 해가 시작된 만큼 올해는 지난해보다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2019년은 풍요와 번영을 상징하는 황금돼지의 해다. 저마다 가슴 한 켠에 간직한 소망이 실현됐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다. 건강을 간절히 바라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가족 화합을 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경제사정이 좋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진 이들도 많을 것이다. 걱정 없이 먹고사는 것은 모든 소시민들의 공통된 바람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서민들의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까.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꿈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는 정부와 여당의 역할이 막중하다.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따라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 수도 있고 더 어려워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쯤 해서 지난 한 해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어느 것 하나 좋아진 것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생산과 소비·투자 등 모든 경제지표들이 뒷걸음질을 치면서 성장률은 2%대로 내려앉았다. 그 결과는 일자리 위축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한 달 평균 10만명이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평균 31만6,000명이 늘었던 전년의 3분의1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지난해 7월 정부는 목표치를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대폭 낮췄지만 실제 결과는 이의 반 토막 수준에 머물렀다. 일자리 정부라는 기치를 내건 것이 부끄러울 정도로 참담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표다.
고용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은 무엇보다 현실성 없는 정책 탓이 크다. 정부는 소득주도 성장에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이를 통해 취약계층의 소득을 늘려줌으로써 소비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나온 정책이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이다. 문제는 좋은 의도에서 추진한 정책들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잘못된 정책 때문에 경영 여건이 좋지 않은 영세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들까지 투자와 고용을 되레 줄이고 있다.
여기에 온갖 규제까지 가해지면서 기업들은 숨쉬기조차 어렵다. 미국과 일본 등 우리의 경쟁국들이 앞다퉈 법인세 인하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법인세를 올렸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모바일 쇼핑 시대가 활짝 열렸지만 정부는 골목상권을 지킨다는 미명 아래 대형쇼핑몰 규제에 매달리고 있다. 여기에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지배구조 개편 압박도 모자라 집중투표제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기어코 관철시킬 태세다. 기업들이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높다”며 상법 개정에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목소리에는 아예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 전속고발제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도 밀어붙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도 “이대로 가다가는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공무원들을 질책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 어디를 둘러봐도 기업 애로를 해소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국들은 4차 산업혁명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리는 원격의료·카풀 도입이나 데이터 규제 완화 등 어느 것 하나 해결해준 것이 없다. 게다가 노동계에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노동정책을 추진하면서 노동 유연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어느 기업이 국내에서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 하겠는가. 일자리 절벽이 점점 심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2019년에는 미국과 중국·유럽연합(EU) 등 주력 수출시장의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힘을 합쳐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국민들의 살림살이를 호전시키려면 기업들이 투자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는 경제 활력은 고사하고 오히려 경제를 위축시킬 뿐이다. 새해는 모처럼 선거가 없는 해다.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지금이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절호의 기회다. 정부는 이참에 경제의 체질을 바꾸고 근본적인 구조개혁에 나설 필요가 있다. 또 새로운 성장동력이 나올 수 있도록 규제도 과감하게 걷어내야 한다. 그래야 기업들의 기가 살고 투자도 늘어난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리려면 그 출발점은 기업의 기를 살리는 것이 돼야 한다. /cso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