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방송되는 KBS1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국민 복덩이, 네가 있어 올해도 잘 돼지!’ 편이 전파를 탄다.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기해년에 기(己)가 황금색으로 상징되는 토(土)에 해당하여 황금돼지띠! 그래서 새해에 대한 기대가 높은데... 예로부터 우리에게 돼지는 복을 부르는 동물이었다. 한편으로는 하늘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영매(靈媒)로, 또 한편으로는 재물이나 행운을 가져다주는 복덩이로 여겼다. 무엇보다 돼지는 우리네 밥상에 오래된 벗으로, 머리부터 꼬리까지 모든 부위를 즐길 정도로 한국인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동물이다. 이번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고사상에 오른 돼지머리부터, 왕과 서민들이 함께 사랑한 돼지고기 요리까지, ‘복을 부르는 돼지고기 밥상‘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돼지고기 음식은 어떤 의미인지, 왜 복 밥상인지 그 의미를 되새긴다.
▲ 홍성 사람들에게 미안하고도 고마운 존재, 돼지!
예부터 귀한 산물이 모였던 충남의 주요 집산지, 홍성. 이곳은 현재 전국에서 양돈농가가 제일 많은 곳이다. 올해 2019년 축산농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덕우마을에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고사를 지낸다. 살아있는 생명을 키우는 일이기 때문에 병치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데... 고집 센 돼지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들의 생계가 되어준 돼지를 보면 늘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이라고. 올 한해 돼지가 더 쑥쑥 잘 크길 바라며 고사상 돼지머리에 돈을 꽂고 절을 하기도 하고, 악귀를 몰아내기 위해 돼지코를 문지방에 매달기도 한다.
돼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덕우마을 사람들은 그들만의 돼지고기 먹는 법이 있다는데... 냉장 시설이 부족하던 시절, 이곳 사람들은 처마 밑에 돼지고기를 매달아 말려 먹었다고 한다. 꾸덕꾸덕 말린 돼지고기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는 바쁜 양돈농가 아낙들에겐 고마운 한 냄비였다는데... 그런가하면 이들은 돼지고기를 육회로도 즐긴다고. 돼지를 직접 잡을 때는 도축하자마자 먹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도축장에서 특별히 구해 와야 하는 신선한 갈매기살, 한 마리에 400그램 남짓 나오는 귀한 그것으로 만드는 육회를 귀한 손님에게 대접했다고. 뿐만 아니라 양돈업자들만이 즐긴다는 돼지꼬리찜까지... 양돈농가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아주 특별한 복 밥상을 만난다.
▲ 돼지가 복덩이라는 농장 주인을 만나다!
양주의 한 흑돼지 농장, 돼지 뒤를 쫓느라 바쁜 농장 주인이 있다. 바로 돼지를 보기만 해도 웃음꽃이 활짝 핀 농장 주인장, 송인만씨다. 양계농이었던 인만씨는 조류독감, 살충제 문제 등에 지쳐서 닭 키우는 일을 접고 3년 전부터 돼지를 키웠다. 하나의 생명체인 돼지도, 사람도 모두가 건강한 축산을 하고자 결심한 뒤, 그는 동물 복지형 농장을 만들었다. 유기농 채소와 사료를 고루 먹인 돼지를 넉넉한 공간에서 전통방식으로 키운다.
늦깎이 양돈업자에겐 양돈도 양돈이지만 판로를 개척하는 것도 문제였다. 인만씨는 SNS를 통해 회원을 모아 한 달에 두 번, 돼지고기 파티를 벌인다. 팜파티를 위해 대형 불판까지 제작했는데, 한번에 500인분까지 너끈히 구을 수 있다. 불판 앞에 모여 돼지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얼굴에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걸로 부족한 마을 아낙들은 따로 모여 인만씨와 돼지고기 음식을 만드는데, 삼겹살로 만든 떡갈비부터 서민의 영양식으로 특히 임산부에게 더없이 좋다는 돼지족탕, 거기에 사태살에 양념을 더한 숯불구이까지. 흑돼지 농장 주인 인만씨가 그만의 레시피로 만든 돼지고기 요리가 복을 부른다.
▲ 임금을 유혹한 돼지고기 궁중요리!
예부터 돼지는 하늘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신령한 동물로 전해졌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이르러 임금의 상에는 소고기가 주로 올라갔으며, 논밭을 일구는 농경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돼지보다 소를 더 귀하게 여겼다. 그렇지만 궁중에도 돼지고기가 들어간 요리가 있었다. 바로 족채와 돈육구이. 우족에서 분리한 고기로 만든 편육과 채 썬 돼지고기, 각종 채소를 섞고 그 위에 겨자소스를 얹은 요리가 족채이다. 돈육구이는 이보다 과정이 간단하다. 간장 양념에 재운 돼지고기를 석쇠에 넣고 숯불에 구우면 된다. 수랏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잔치에 온 손님에게도 대접한 귀한 돼지고기 궁중요리를 맛본다.
▲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준 돼지!
임금을 유혹한 돼지고기 요리지만, 무엇보다 돼지고기 요리가 복 밥상인 이유는 서민들의 주린 배를 채워졌기 때문이다. 영호남과 한양을 이어주는 길목에 위치한 용인엔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시장이 있었다. 소를 거래하지만 인근 나뭇꾼과 보부상들이 모여드는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것은 돼지 밥상. 이곳에서는 특히 순대국이 인기를 얻었다. 마을 아낙들이 푼돈이라도 벌려고 인근 도축장에서 얻어온 돼지 창자로 순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역 대표 음식이 되었다. 백암 순대는 돼지 창자를 뒤집어 속을 채운다. 창자의 곱을 다 떼 내선지, 그 어느 곳의 순대보다 담백하며 돼지 머리로만 끓인 국물을 가슴까지 녹이는 그리움의 정서까지 담았다. 소다도 저렴한 값에 먹을 수 있던 돼지와 돼지 부속은 서민들에게 귀하고 귀한 식재료, 그것으로 차려낸 순대국밥은 그 옛날 나뭇꾼과 보부상의 속을 든든히 채워주는 고마운 한끼였다. 영혼의 배고픔까지 달래주던 서민들의 복 밥상을 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