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꺾이는 조짐이 나타나자 중국 당국이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섰다. 다음주 미중 차관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시진핑 정부가 ‘중국 책임론’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인민은행은 4일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1%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지준율은 자금 수요가 몰리는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오는 15일과 25일 각각 0.5%포인트씩 하향 조정된다. 중국의 현행 지준율은 대형 은행 14.5%, 중소형 은행 12.5%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이번 지준율 인하로 1조5,000억위안(약 245조원)의 자금이 풀린다. 이 자금 중 일부는 올 1·4분기에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의 중기대출 상환에 쓰여 실질적으로 공급되는 유동성은 8,000억위안(약 130조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중국 당국이 새해 첫주부터 적극적인 경기부양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지난 2일에도 금융기관의 기업대출 심사 기준 완화를 발표하며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해 무역분쟁으로 성장세가 둔화되자 네 차례 지준율을 낮췄다.
앞서 리커창 중국 총리는 이날 성명에서 “시중은행의 지준율 인하를 비롯해 세금 감면과 수수료 인하 등에 나설 것”이라며 “이번 대책에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지준율 인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편 중국 상무부는 미국과 중국이 7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차관급 무역협상을 벌인다고 공식 확인했다. 상무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미중 양국이 이날 부부장(차관)급 통화를 했다며 이 같은 일정을 공개한 뒤 “제프리 게리시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실무진을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차관급 협상에서 성공적으로 논의가 진행되면 양국 협상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가 이달 중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첨단산업 지원정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한 큰 변화를 중국이 수용하지 않는다면 협상 타결이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이현호기자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