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2박3일 ‘인캉스(인천공항과 바캉스의 합성어)’ 떠납니다.” A씨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설 연휴 여행계획을 올렸다. 항공료를 절약한 대신 공항 인근 5성급 호텔에 묵으면서 주변 관광지 투어까지 공항을 중심으로 한 일정을 빼곡히 잡아놓았다.
공항이 새로운 여행지로 떠오르고 있다. 단지 해외로 떠나거나 배웅을 위해 잠깐 들르는 것을 넘어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를 하거나 아예 숙박까지 하는 관광용으로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이나 유튜브에는 과거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에나 활용되던 공항 이용 팁이 ‘인천공항으로 놀러가기’ ‘인천공항에서 24시간 보내기’ 같은 여행안내서로까지 발전해 공유되고 있다. 항공기를 타기 위한 터미널이 아닌 공항 자체의 시설을 즐기러 오는 이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이들에게 공항은 여행지로 떠나기 전에 잠시 들르는 기착지가 아닌 여행 공간이자 최종 목적지다. 특히 공항은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족에게 인기다. 공항을 거점으로 각종 서비스나 볼거리·먹거리를 즐길 수 있는데다 호텔·골프장·드라이빙센터 등 공항 주변시설과 인근 관광지가 결합되면서 단일 여행지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연중무휴로 24시간 불이 켜져 있어 예약 없이 아무 때나 떠날 수 있고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로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A씨는 “인캉스는 장시간 비행으로 쌓이는 피로와 비용·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게 매력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인천공항의 각종 편의시설은 해외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공항 이용정보 공유 사이트 ‘슬리핑인에어포트(Sleeping In Airports)’가 뽑은 ‘노숙하기 좋은 공항’ 2위에 인천공항이 선정되기도 했다. 항공기 탑승을 위해 장시간 대기하기 좋은 조건을 갖췄다는 의미다. 인천공항은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12년 연속 1위를 달성해 이용객들로부터 최우수 공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천공항도 최근 이런 수요를 감지해 자체적으로 관광수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추진 중인 공항복합도시(에어시티) 개발도 그의 일환이다. 공항 주변을 항공·물류·숙박·의료·관광·레저가 결합한 관광단지로 조성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오는 2022년 완공을 목표로 카지노·호텔·리조트 등이 결합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건설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공항 주변에 상업시설과 복합위락시설이 합쳐진 관광중심의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집약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카지노와 리조트·쇼핑센터가 모인 필리핀 마닐라, 비즈니스와 쇼핑·관광시설이 결합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이 공항을 중심으로 관광 클러스터를 형성한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공항을 여행지로 찾는 현상과 관련해 투어 개념보다 여행지에서도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려는 현대인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과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충기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복합 리조트가 인기를 끄는 것처럼 여가 자체가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굳이 휴가철 휴양지가 아니더라도 접근성이 좋은 곳에서 편하게 쉬고 싶어하는 수요가 점차 늘고 있다”며 “공항과 주변 기반시설은 그런 수요를 충족시키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