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 미중 무역분쟁 및 미국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로 올해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한때 코스피지수 2,000선이 무너지는 급격한 하락장을 경험한 증권업계는 올해 증시에 대해 기대보다는 우려에, 안정보다는 변동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기에서 기회를 찾는 역발상 투자의 필요성과 함께 유망 업종, 종목을 찾아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삼성증권(016360)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기업 실적 하향 조정 △중국 경기 하강 국면 △미국 경기 둔화 조짐을 투자 기회가 될 수 있는 3대 위기 모멘텀으로 제시했다. 중국 경기 하강은 중국 정부가 본격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는 기회로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경기 둔화 조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압력이 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독점적 기술과 과점적 지위를 바탕으로 가격 결정력을 보유한 종목, 구조조정에 성공한 종목, 변동성 국면에 돋보이는 배당을 제공하는 종목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1년간 유가증권시장 주요 종목들은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005930)와 2위 SK하이닉스(000660)는 지난해 호실적에도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다. 두 기업이 속한 반도체 업종에 시장 규모 감소,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업황 악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지난해 연간 15.9% 성장해 4,780억 달러였던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올해는 성장률 2.6%에 그친 4,901억 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업황 악화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예상 순이익이 40조2,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3%, SK하이닉스는 13조원으로 20.2% 각각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당분간 주가 반등의 기회를 찾기 어렵다는 비관론과 저점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엇갈린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와 관련해 “2019년 실적 추정치 하향과 1·4분기 비수기 진입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부진한 주가 등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또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는 메모리 현물가격과 고정가격의 차이가 확대되는 점도 부담스러운 요인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기업 가치 대비 주가 하락폭이 과도한 상황인데다 반도체 주요 수요처인 클라우드서비스 회사나 인터넷데이터업체(IDC)들의 투자가 재개되면 실적 및 주가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수빈 대신증권(003540) 연구원은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삼성전자가 6.2배, 0.9배, SK하이닉스는 3.9배, 0.8배로 역사적 최저점 수준”이라며 “반도체와 정보통신(IT) 업종은 수요 개선의 가시성이 확보되거나 공급 제한의 실효성이 나타나는 1·4분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주가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랜 업황 부진을 딛고 지난해 수주 증가에 따른 실적 및 주가 회복세를 나타낸 조선업종에 대해서는 올해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LNG(액화천연가스) 물동량 증가에 따른 LNG 운반선 수요 증가 수혜, 선가 상승, 인력 구조조정 효과 등이 상승세의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최대 조선업체로 다양한 선종을 건조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009540)은 조선업종 중에서도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대우조선해양(042660)은 2013년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인 소난골로부터 수주한 드릴십 2척을 3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하게 돼 올해 1·4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될 전망이다. 백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2017년부터 글로벌 LNG 물동량 성장률이 LNG선 인도량 증가율을 넘어서기 시작했고 2020년으로 갈수록 LNG선 부족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며 “LNG선 부족으로 용선료가 상승하고 선가 회수 기간이 짧아짐에 따라 발주량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종은 정부의 3기 신도시 개발,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의 수혜가 예상되면서 주목받는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해 4·4분기 주요 건설사인 대림산업(000210), GS건설(006360), 현대건설(000720)을 집중 매수했다. 이 세 종목은 4·4분기 외국인 순매수 종목 상위 2~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 착공식 후 본격적으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운정~동탄 구간의 GTX-A노선은 사업비가 2조 9,000억원에 달하고 사업자 선정을 앞둔 GTX-B노선(사업비 5조9,000억원), GTX-C노선(사업비 4조3,000억원)까지 합치면 총 사업비 규모는 13조원에 이른다. 지난 1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와 서울 답방 가능성 등을 계기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남북 경협 역시 건설주의 주요 호재로 거론된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지난해 3·4분기 어닝 쇼크, 미국·중국 시장 판매 부진 등의 여파로 급락했던 대표 종목 현대차(005380)의 반등세, 2차전지에 이어 새로운 테마로 떠오르는 수소차 관련 종목의 상승세가 각각 이어질지 주목된다. 현대차가 지난해 말 출시한 플래그십 세단 제네시스 G90,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팰리세이드의 판매 호조, 정부의 수소·전기차 지원 정책은 주가 반등에 대한 기대를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중국, 유럽 등 해외 주요 시장의 자동차 관련 친환경 규제를 비롯해 미국 정부의 수입차에 대한 관세 부과 가능성은 실적 및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악재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