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반도 강제병합으로 러시아와 갈등이 깊은 우크라이나가 종교적으로도 러시아와 갈라섰다.
기독교 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메오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겸 세계총대주교는 5일(현지시간) 이스탄불 성(聖)게오르기오스 성당에서 열린 리뚜르기아(예배)에서 우크라이나 교회의 자치권(autocephaly)을 승인하는 ‘토모스’에 서명했다.
토모스의 사전적 의미는 자치 승인 같은 정교회의 중요한 결정 사항을 담은 소책자 형태의 문서를 가리키며, 간략하게는 ‘교회령’을 뜻한다.
이날 의식에는 독립 우크라이나 정교회의 수장으로 지난달 새로 선출된 에피파니 수도대주교(대주교)와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해 토모스 서명을 지켜봤다.
바르톨로메오스 총대주교는 “경건한 우크라이나인들이 이 축복의 날을 7세기 내내 기다렸다”면서 “해방, 독립, 자치를 누리고 외부 의존과 간섭에서 벗어나는 성스러운 선물을 (중략) 받았다”고 선언했다.
포로셴코 대통령은 예배 후 “교회 수립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나의 호소에 호응한 전세계 우크라이나인에게 감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바르톨로메오스는 6일 예배 후 토모스를 공식 수여한다.
가톨릭의 구조가 교황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형 위계조직이라면, 정교회는 그와 달리 자치권을 가진 각 교회의 연합 구조다.
독립교회의 수장은 모두 동등하되,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동등한 교회 지도자 중 ‘첫째 자리’ 또는 ‘최고 명예의 자리’로 존중받는다.
각 지역 교회의 독립을 인정하는 권한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에 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정교회법상 700년 전부터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소속이었으나 17세기에 교회 인사권이 러시아 정교회에 부여되면서 사실상 러시아 정교회의 관할 아래 있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병합 이후 양국간 갈등이 심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종교계와 정치권 모두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추진했다.
작년 10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 주교회의(시노드)는 우크라이나 교회의 독립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자치 교회를 설립하고, 에피파니(에피파니우스)를 새 수장으로 선출했다.
우크라이나 정교회를 관할한 러시아는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구의 결정이 교회법에 어긋난다며 강하게 반발하며, 콘스탄티노플과 ‘완전한 친교’를 끊는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