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한일 관계가 냉각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돌출 행보가 이어지며 한미일 삼각 공조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한미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고 한일 간의 ‘레이더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해온 한미일의 물밑 군사·외교 채널이 망가졌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한반도 유사시 3국의 미사일 공조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관계가 어느 때보다 훈풍을 타고 있지만 한미일 삼각 공조가 무너지는 것은 남북 관계 개선에 있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 대등한 협상을 할 수 없고 북한의 변화도 적극적으로 이끌 수 없다.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우려가 커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미국의 역내 전략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일 관계가 끈끈해지는 가운데 한일·한미 관계에 잇따라 균열이 생기는 것도 우리 입장에서 결코 반가운 일이 아니다.
한일 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진 것은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올 초 외교부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데 이어 우리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동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밀실에서 이뤄진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합의도 문제였지만 합의 파기 등에 대한 일본의 반발은 매우 거셌다. 일본은 방탄소년단의 방송 출연까지 취소시키는 등 감정적으로 나왔다.
여기에 지난해 12월20일 우리 해군 함정의 일본 초계기 레이더 겨냥 논란까지 터지며 한일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한국 정부도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까지 열어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갈등이 ‘폭로전’으로 번지는 양상을 두고 한일 간 외교 채널이 완전히 손상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한일 관계가 이전에는 볼 수 없던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악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홍우·박우인기자 seoulbir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