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합의한 ‘90일 휴전’ 기간이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미중 간 무역협상 타결을 위한 시간표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7일부터 양국 차관급 대표단이 이틀 동안 베이징에서 대면 협상에 돌입하는 데 이어 이달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시 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부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양측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를 주고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들 결과를 토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최종 담판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오는 22~25일 다보스포럼에 중국 측에서 왕 부주석이 참석한다고 보도했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권력기반을 다진 반부패사정운동을 이끈 인물이자 시 주석 집권 이후 일종의 ‘해결사’ 역할을 맡고 있다. 앞서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2년 연속 포럼 참석 계획을 공표한 가운데 중국이 포럼 단장을 지난해 류허 경제 담당 부총리에서 정치권 서열 2위인 왕 부주석으로 격상한 것은 미국과의 무역협상이 반환점을 돈 시점에 열리는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략적인 협상 타결을 끌어내려는 시 주석의 의도가 담겼을 가능성이 크다. 두 사람의 만남은 적어도 미중 정상 간 무역협상 최종 합의에 앞서 이견을 최대한 해소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SCMP는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왕 부주석이 다보스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무역분쟁 관련 회담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전했다. 7~8일 차관급 협상과 협상단 대표급 회동을 거치며 합의의 밑그림을 그린 뒤 스위스에서 어떤 식으로든 미중 간 논의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도 크다고 SCMP는 전망했다.
타오원자오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차관급 무역협상에서 이뤄진 합의가 왕 부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동에서 확정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휴전기간인) 2월 말까지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이루기 위한 과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당장 7일부터는 제프리 게리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단이 베이징을 방문해 무역전쟁 휴전 이후 첫 대면 협상인 차관급 협상을 개최할 예정이다. 중국 측은 왕셔우원 상무부 부부장을 중심으로 협상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협상 이후에는 양국 협상단 대표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류허 중국 부총리 간 만남이 예상된다.
일단 협상 전 분위기는 좋은 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정말로 그들(중국)이 (무역합의를)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중국과 무역합의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도 앞서 “양국 정상이 아르헨티나에서 이룬 중요한 공동인식을 실천하기 위해 중국 측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여전하다. 양국 간 무역전쟁의 와중에 쟁점들이 무역 관련 내용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안건들은 대부분 중국의 구조적 변화를 필요로 하는 이슈들인데다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한 군사충돌, 중국 기술기업 화웨이 문제 등으로 갈등 요소가 계속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