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2일째 굴뚝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들이 곡기까지 끊었다. 각계 인사들은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호소했으나 이들의 뜻을 꺾지 못했다.
‘스타플렉스(파인텍 모회사)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행동’ 등에 따르면 굴뚝 농성 중인 파인텍 노동자 홍기탁·박준호 씨는 6일 오후 5시께부터 단식에 돌입했다.
이들은 지난 11월12일부터 서울 목동 에너지공사에 위치한 75m 높이 굴뚝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식사는 매일 오전과 오후 한 차례씩 지상으로 밧줄을 내려 음식과 물을 전달받아 해결했다. 그러나 6일 오후부터 이 밧줄을 지상으로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동행동에 따르면 이들의 현재 체중은 50㎏ 수준이다.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굴뚝 농성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단식 중단을 요구했다. 파인텍 노사 교섭을 촉구하며 21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나승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는 이들과 통화에서 “밑에서 투쟁할 테니 위에서는 단식을 풀어달라”며 “도저히 안 되겠다면 물이나 소금이라도 올려보내도록 밧줄을 내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도 농성자들과의 통화에서 울먹이며 “지금 두 분의 건강이 너무 안 좋은데 단식까지는 안 하시기를 제발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그러나 농성자들은 단식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에 공동행동은 8일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과 의사 등과 동반해 고공 농성 현장을 방문해 단식 중단을 설득할 예정이다.
농성자들이 건강 상 위험을 무릅쓰고 단식에 돌입한 것은 파인텍 노사 교섭이 공회전하기 때문이다. 파인텍 노동자들과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 등은 지난 27일부터 4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특히 지난 3일 열린 4차 교섭 때는 13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당시 김세권 스타플렉스 대표는 교섭 전 합의 가능성을 내보여 굴뚝 농성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가 했지만 결국 좌절된 것이다.
노조 측은 단협 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김 대표가 자회사 파인텍의 대표이사를 맡고 파인텍이 폐업할 경우 모회사 스타플렉스가 고용을 승계할 것 등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사가 ‘무리한 요구’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동행동은 “교섭장에서는 김세권 대표가 ‘파인텍 노동자 5명이 들어오면 회사가 망한다’는 식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반사회적, 반인권적인 김세권 대표를 10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를 고발할 때 어떤 혐의를 적용할지에 대해서 검토 중이라고 공동행동은 밝혔다.
공동행동은 또한 파인텍 모회사인 스타플렉스의 42곳 해외 바이어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재 노사 상황에 대해 알리고 김 대표가 굴뚝·단식 농성을 해결하지 않고 13∼15일에 두바이에서 예정된 해외 일정에 간다면 출국 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