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시행령은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보기 위한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 동기로 상당 부분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무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주택자로서는 빨리 매각을 하든가, 아니면 아예 오래 보유해 2년 요건을 넘기든가 선택을 강요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보유 기간이 길어지면 공시가격 급등 등에 따른 보유세 상승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다주택자의 선택은 제한적이다. 정부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정상화 차원”이라면서 “다주택자가 가능하면 빨리 (거주하지 않는 주택을) 정리해야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2년 넘게 산 주택을 양도할 경우 이를 1주택자로 봐서 횟수 제한 없이 양도세를 부과하지 않았지만 올해부터는 최초 거주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 한해 한 번만 비과세 혜택을 준다. 장기임대주택에 적용되는 종부세 비과세, 양도세 중과 배제 등의 각종 특례 혜택도 임대료나 보증금 상승률이 연 5% 이하여야만 제공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해놓고 정착 혜택은 줄여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올해부터 3주택자(조정지역 2주택) 이상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개정에 따라 세율이 최대 3.2%(과세표준 94억원 초과)까지 차등 과세 되는 만큼 보유주택 수를 계산하는 방식도 시행령을 통해 새롭게 제시됐다. 공동소유 주택은 보유자 각각이 해당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A주택을 소유하고 있고 B주택을 50%만 공동소유하고 있을 경우 2주택자로 분류된다. 이들 두 채가 모두 조정대상지역에 있을 경우 최대 0.5%포인트 중과 대상이 된다. 다만 상속을 통해 공동소유하게 된 주택은 지분율이 20% 이하이고 이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면 보유주택 수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다가구주택은 하나의 주택으로 보기로 했다.
시행령 개정을 통해 전용면적 85㎡ 초과 주택에 대해서도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면 월세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정부는 총급여 7,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6,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에게 전용면적 85㎡ 이하 주택을 임차할 경우만 월세액 연 750만원 한도에서 10% 공제율 혜택을 줘왔다. 올해부터는 임차하는 주택의 기준시가가 3억원 이하이면 면적에 관계없이 혜택을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대전시 서구에 있는 전용면적 100㎡짜리 강변아파트가 지난해까지는 면적 기준을 넘겨 월세 세액공제 대상이 아니었지만 올해부터는 포함된다. 이 아파트의 올해 1월 기준 공시가격이 1억8,400만원으로 3억원 이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기재부는 “지방 도시의 경우 평형대는 크지만 기준시가가 낮은 지역이 대부분”이라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4월부터는 모든 주가지수 관련 파생상품에 양도세를 매긴다. 현재 코스피200선물·옵션, 코스피200 주식워런트증권(ELW) 등 일부 상품에만 과세하던 데서 각종 섹터지수 및 배당지수 선물, 코스피200 변동성지수 선물 등까지 모두 과세한다. 생산직 근로자의 야간근로수당 비과세 기준을 월정액 소득 190만원 이하에서 210만원으로 낮추고 대상 직종에 돌봄서비스와 미용 관련 서비스, 숙박시설 서비스를 포함시켰다.
골프를 치는데 악천후 등 불가항력적 사유로 게임이 중도 취소됐다면 진행하지 못한 홀 수만큼의 개별소비세를 환급해주기로 했다. 전기 오토바이 개소세 면제 기준도 현행 최고정격출력 1㎾ 이하에서 12㎾ 이하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세법 시행령 개정안은 입법예고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다음 달 시행된다.
/세종=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