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 센터에서 가족 등의 콩팥(신장)을 생체이식 받은 만성 콩팥질환자 10명 중 4명은 예를 들어 본인의 혈액형이 A형인데 공여자는 B형인 경우입니다. ‘혈액형 부적합 이식’인데 그 비중이 35%쯤 되는 국내 평균보다 높은 편이죠.”
양철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신장내과 교수)은 “의약품·의료기술의 발전으로 혈액형 부적합·적합(수혜자 A형, 공여자 A형·O형 등) 콩팥이식 간의 콩팥 생존율 차이가 사라졌다”며 “공여자와 혈액형이 다르다는 이유로 이식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지난 2009년 5월 첫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에 성공한 후 2016년 1월 100례, 지난해 12월 200례를 달성했다. 공여자는 배우자(49.5%), 부모·자녀(20%), 형제자매(17.5%) 순이었다. 센터는 최근 2명으로부터 혈액형 적합 간과 혈액형 부적합 콩팥 동시 이식에도 물꼬를 텄다.
이백 번째 혈액형 부적합 콩팥이식을 받은 환자는 9년 전부터 복막투석을 받아온 59세 여성 S씨. 혈액형이 O형으로 콩팥을 떼준 딸(A형)과 달랐지만 다행히 A형 혈액에 대한 항체 보유 강도(항체역가)가 1대128로 보통 수준(1대256)의 절반에 그쳤다. 이식 후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항체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얘기다.
의료진은 이식수술 한 달 전 혈액 내 항체생성억제제 ‘맙테라’를 주사했다. 이어 혈액을 밖으로 빼내 항체가 포함된 본인의 혈장을 제거하고 혈장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알부민 또는 혈액형 적합인 타인의 혈장을 넣어주는 혈장교환술을 여섯 차례 시행해 항체역가를 1대16 이하로 낮췄다. 혈장은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한 투명한 중성 액체로 영양소·호르몬·항체·노폐물을 운반하고 삼투압·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S씨는 이식수술 후 2주째 특별한 합병증이 나타나지 않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양 센터장은 “항체역가가 높은, 즉 항체가 많은 환자도 혈장교환 횟수를 늘려 역가를 떨어뜨리면 생존율에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