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채용비리 첫 실형...충격의 은행권 "우린 다르다" 호소

법원 "사회적 책무 저버려"

이광구 1년 6월刑 법정구속

수사·재판중인 신한·하나銀

"연임 변수되나···" 걱정 태산

1115A10 은행권 채용비리 수사 및 재판 일지



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채용비리의 파장이 얼마나 확산될지를 놓고 금융권이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의 1심 판결이 연내 나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는다면 연임뿐 아니라 최고경영자(CEO)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전 행장이 혐의를 인정하면서 업무상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던 것과 달리 조 회장과 함 행장은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결이 다르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1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주요 시중은행 인사의 첫 판결에서 ‘도주 우려’라는 이유로 법정 구속까지 한 것에 대해 일종의 ‘본보기 판결’이라는 해석과 함께 다른 금융사의 채용비리 판결에도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과 함 행장의 연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는 3월 임기가 만료되는 함 행장은 지난해 6월 업무방해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돼 8월부터 재판을 받고 있다. 함 행장은 지난 2015년 신입 공채에서 지인인 국민은행 관계자로부터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이를 전달하며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을 받는다.


다만 금융권 관계자는 “2015년 9월 통합 KEB하나은행이 출범하면서 행장을 맡았는데 제도에 관여하지 않았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채용비리 할 여건은 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 행장의 경우 채용 전결권이 당시 인사부장에게 있기도 하다. 함 행장은 9일 겸임하고 있는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임기가 올해 말까지로 1년 연임된데다 1심 판결도 연말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하나은행장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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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의 경우 신한은행장으로 있던 2015년 상반기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지원자 30명의 점수를 조작하고 남녀 성비를 맞추기 위해 지원자 101명의 점수를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여서 올해 말께 나올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연임 가도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조 회장은 이 같은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남녀성비에 대해 보고받은 날 대면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목되는 것은 법원이 ‘은행의 공공성’을 거론하며 공정한 채용 절차 진행이 사회적 책무라고 언급한 점으로 금융권에서는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지난해 9월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데 이어 이 전 행장까지 법정 구속되면서 어떤 파장이 몰려올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내부에서도 이 전 행장의 법정 구속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번 판결이 비슷한 죄목으로 기소된 조 회장과 함 행장의 재판에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두 은행의 지배구조도 같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1심 판결까지 1년가량이 남은 상황에서 미래를 예단해 어떤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면서도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은 커진 것으로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확실성의 증대가 신한금융이 진행하는 인수합병(M&A)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아시아신탁 등과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M&A 인가 과정에서 지배구조를 중점적으로 심사하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황정원·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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