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같은 반에 한 명은 꼭 있는 분위기 메이커 요즘 말로 하면 ‘핵인싸’(아주 커다랗다는 의미의 ‘핵’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의미하는 ‘인사이더(insider)’의 합성어) 같기도 하고, 수다스러운 아줌마처럼도 보이는 배우 김호영(사진). 이런 캐릭터 때문인지 김호영은 인기리에 공연 중인 뮤지컬 ‘광화문 연가’에서 월하 역이 마치 그를 위한 맞춤복 같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죽기 1분 전,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찾아 떠나는 중년 명우와 그를 돕는 추억여행 가이드인 월하를 맡은 배우들은 많다. 그러나 수다스럽지만 정 많은 아줌마와 카리스마 넘치는 환상의 존재인 월하를 아무런 장벽 없이 자유자재로 오가며 자신감 연기를 선보이는 김호영은 이 작품에서 단연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공연에서뿐만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 홈쇼핑 호스트로도 활동하며 가장 ‘핫한’ 스타이자 ‘패셔니스타’ ‘트렌드세터’로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그는 스타의 서재 아홉 번째 주인공이다.
김호영은 최근 엄마와 아들이 주고받은 편지를 엮은 ‘소년기’를 들고 서울경제를 찾았다. 김호영은 자신을 늘 ‘슈퍼스타’라고 부르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와 책을 통해 느낀 주인공 모자의 각별한 애정을 섞어서 가며 이야기꾼처럼 책에 대해 설명했다. “1954년에 일본에서 출간된 이 책은 14살부터 18살까지 아들 이치로 엄마와 나눈 편지가 담겨 있어요. 같은 집에 있으면서 그냥 말로 해도 되는 말들을 편지로 써서 감정을 전달하는데 왜 그렇잖아요, 편지로 전하는 감정이 주는 또 다른 느낌. 저는 실제로 편지를 좋아해요. 싸울 때도 편지를 많이 이용했어요. 아무래도 글로 쓰다 보면 언어를 순화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게 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빨리빨리 돌아가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소박한 책이에요. 책을 읽으면서 엄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저희 엄마는 저를 단 한 번도 ‘아들’ ‘호영아’ 이렇게 부른 적이 없어요. 늘 ‘슈퍼 스타 호영’이라고 부르시면서 ‘슈퍼 스타’의 진가를 곧 알아봐 줄 거라고 용기를 주시면서 ‘포텐’을 이끌어 주셨어요. 그 덕 무명 시절에도 저는 늘 자신감이 있었어요.”
늘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의 원천은 김호영 자신의 재능이 바탕이 됐겠지만, 피그말리온 효과처럼 늘 곁에서 김호영을 지지해준 그의 엄마였던 셈이다. 또 김호영은 책에서 편지의 맺음말들이 특히 마음을 움직였다고 했다. “강하면서도 약한 이치로가 약하면서도 강한 어머니께”(66쪽) “하루 만에 좀 더 어른이 된 이치로 올림”(105쪽) “소중한 어머니에게”(132쪽) “자식들이 커 가는 모습에 흐뭇한 엄마가”(166쪽)
김호영은 꿈을 이루기 위해 방황 중인 청춘에게 두 권의 책을 권하기도 했다. 첫 번째는 돈을 모으기만 하고 쓰는 즐거움을 외면할 게 아니라 과감하게 욕망을 충족시키면서 부자가 되라는 내용을 담은 ‘지금 당장 롤렉스 시계를 사라’라는 책이다. “제가 외제 차를 샀을 때 주변에서 ‘돈 많이 벌었나 보다’ 이랬죠. 그래서 제가 ‘아니, 나 돈 더 벌려고, 이 차 산 거야, 이 차를 유지하기 위해서 내가 더 열심히 일하려고’라고요. 동의 안 하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이런 마음이 오히려 부자가 되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저는 후배들에게도 돈 없다고 말하고 다니지 말라고 해요. 불쌍해서 도와주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얕잡아 본다고. 돈 아낀다고 대충 끼니도 거르거나 때우는 건 하지 말라고 해요. 늘 제대로 잘 입고 잘 먹으면서 내 가치를 보여줘야 좋은 기운이 생기고 성공도 하는 것 같아요.”
그의 이런 말들이 어린 나이에 데뷔한 이후 ‘세상 무서운’ 인심이 무엇인지 세태가 무엇인지 일찌감치 정확하게 간파한 이가 들려주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귀에 박혔다. 김호영은 생각한 대로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무슨 일이든 잘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크릿’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써서 모든 게 되면 안 될 게 어딨어?’라고 부정적으로 생각했어요. 제 군대 시절 이야기를 잠시 하자면, 저는 서른에 군대를 갔어요. 고참들이 저보다 한참 어리고 그런 게 참 힘들었어요. 정말 ‘관심사병’으로 피폐한 나날을 보내다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비롯해서 막 쓰고 싶은 것을 쓰는 ‘드림 노트’를 만들었어요. 그때는 정말 저의 탈출구였는데 어느 날 그 드림 노트를 다시 보니 ‘사업을 한다’ ‘회사를 차린다’ ‘호이(김호영의 애칭) 토크쇼’ ‘잡지’ ‘매거진’ ‘호이 스타일’ 이런 게 써 있는 거에요. 근데 제가 ‘호이 스타일 매거진 쇼’라는 극장 토크쇼를 했어요. 너무 신기했어요. 제가 그냥 끄적댔던 것들을 조합한 게 저의 토크쇼 이름이었던 거예요. 저도 완전히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말이죠.” 지금 이 순간 ‘드림 노트’에 적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했다. “건물 사는 거요.”
사진=권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