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정책

['섀도보팅 폐지' 中企에 부메랑] 정족수 미달로 배당 못주는 상장사 408개

최대주주·특수관계인 다 합쳐도

발행주식수 ¼ 미달 21% 달해

기관투자 비중 낮은 중기만 피해

주총 분산 개최·전자투표 도입 등

대안으로 꼽히지만 해결엔 역부족

1415A23 반대주주 없어도 의결 정족수 미달 우려 예상 기업 현황 수정1



의결권 대리 행사(섀도 보팅) 폐지로 ‘주주총회 대란’ 우려가 올해도 예상되는 것은 수년간 지적돼온 비현실적인 의결 정족수를 손보지 않고는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주주·특수관계인의 지분은 물론 기관투자자의 비중 역시 낮은 코스닥 상장사, 즉 중소기업은 계속 피해를 입게 된다는 지적이다.

상장사협의회가 지난해 제출된 1,928개(외국·신규·스팩·금융·회생절차 회사 등 제외) 코스피·코스닥 상장사의 사업보고서, 주주총회 결과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다 합쳐도 보통 결의요건(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1 이상)에 미달하는 곳이 408개(21.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주총장에서 반대가 ‘0표’여도 보통 결의가 필요한 이사 선임이나 재무제표 승인 및 배당 의결이 불가능하다. 최대주주·특수관계인에 5% 이상 주주 및 기관투자자 지분을 모두 끌어모아도 의결 정족수인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1에 못 미치는 곳도 271개(14.1%)에 이른다. 감사·감사위원 선임처럼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되는 안건이 아닌데도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주주구성 상 당장 투자자들에게 배당을 못 주는 경우도 배제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기업에 (섀도 보팅 폐지에 따른) 준비 기간을 충분히 줬다고 하지만 거꾸로 고질적으로 지적돼 온 결의요건 개정 논의는 왜 이렇게 더딘가”라고 반문했다.


실제 우리나라 의결 정족수 요건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편이다. 미국과 독일, 중국은 발행주식총수가 아닌 실제 주총 참석 수를 기준으로 삼고 있고, 일본은 각 회사가 정관을 통해 정족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도록 하고 있다.

관련기사



일각에서는 주총 분산 개최와 전자투표 활성화를 대안으로 꼽지만 이들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관투자자 비중이 적은데다 다수를 차지하는 개인투자자는 단기 투자여서 전자투표의 실효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월2일~6월29일) 코스닥 시장의 회전율은 284.87%로, 해당 기간 코스닥 상장주식 전체에 대해 3번 정도 손바뀜이 일어났다. 이는 중소기업의 주식을 보유하는 기간이 2개월 남짓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전자투표율 자체 역시 2017년 2.2%에서 지난해 3.9%로 소폭 증가에 그쳤다.

일부 기업은 지난해 정기주총에서 실패한 뒤 현재까지도 감사·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한 상태다. 영진약품(코스피)과 이화공영(코스닥)은 각각 지난해 9월과 7월 임시주총을 따로 열었지만 역시 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됐다. 주총 분산 개최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의결 성립에 노력을 기울이지 않을 경우 상법상 감사는 500만원, 감사위원은 5,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과태료를 내지 않으려면 몇 번이나 임시 주총을 개최하라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조양준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