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시스템이 오작동 된 지 오래다. 대통령·국회의원·광역단체장 등 개개인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열망과 시대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시스템과 망가진 구조 탓이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전직 대통령은 어김없이 개인 비리와 축재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감옥에 갔다. 정권을 장악한 여당은 야당을 대화 상대로 인식하지 않고 반드시 붕괴시켜야 할 적(敵)으로 간주한다.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정치 자화상’이다. 만병의 근원은 승자독식 소선구제 시스템에 있다. 하루빨리 손을 봐야 하는데 여당과 제1 야당은 알량한 기득권 상실을 겁내 역사적 용단을 내리지 못한다. 현행 단순다수제 선거제도하에서는 51%의 지지를 얻은 당선자가 모든 권력을 독식하는 반면 낙선한 49%의 민의는 그대로 사장(死藏)된다.
승자가 된 국회의원과 대통령은 이념과 철학이 다른 사람들을 날카로운 칼로 재단한다. 협력과 소통은 사상누각이고 반목과 적대감만 난무한다. 정치를 대화와 타협의 예술이라고 부르지만 한국에서는 그림의 떡이다. 국민은 뒷전인 채 권력욕에 사로잡혀 자극적 막말을 쏟아내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분열을 조장한다. ‘정치 실종’이 일상화가 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갈등조정은 정치의 책무인데 참으로 부끄럽다”며 “그 역할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큰 선거가 없는 올해야말로 정치 적폐를 수술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육대학원장은 “사회갈등을 해소해야 할 정치권이 권력쟁취에 눈이 멀어 적대적 대립관계를 부추기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승자독식 구도를 깨뜨릴 정치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악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우선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쏠린 권력을 분산하고 여야의 극심한 대립을 유발하는 선거제도를 수리해야 한다. 표의 등가성을 최대한 반영해 민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 시스템에 메스를 들이대야 한다. 국민의 3분의2가 동의하고 있다. 기득권을 지키려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제는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