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올해 비(非)은행 부문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해 자산운용사·부동산신탁사·저축은행 등을 인수합병(M&A)하겠다”고 밝혔다. 증권사처럼 덩치가 큰 매물은 직접 인수 대신 지분참여를 통해 투자하고 향후 자본규제가 완화되면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한 보험사 인수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금융그룹이 14일 지주사 출범식을 열고 4년 2개월 만에 은행에서 지주사 체제로 공식 전환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권은 KB·신한·하나·우리·NH의 5대 금융지주 시대를 열게 됐다.
새로 출범하는 우리금융지주를 이끌게 된 손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M&A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재 우리금융의 자산은 은행에 99%가 몰려 있을 정도로 쏠림이 심각해 다른 금융지주회사들과 경쟁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손 회장은 취임 첫해인 올해는 일단 중소 금융회사 위주로 M&A 전략을 짜기로 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자본비율을 산출할 때 은행에 적용되는 내부등급법 대신 표준등급법으로 위험가중치를 계산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단기적으로 10%대까지 하락한다. 연내에는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M&A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다. 내부등급법으로 재전환은 금융감독원 승인이 나오는 내년에나 가능하다.
손 회장은 “올해는 규모가 작은 매물 위주로 우선 검토하되 규모가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직접 인수가 어렵다면 다른 투자자들과 조인트 형태로 참여해 지분을 갖고 있다 이후 지분을 5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당장 수익 다변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증권사에 대해 이 같은 지분 일부 투자 방법을 활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M&A 역량 강화를 위해 관련 인력도 확충하기로 했다. 그는 “M&A나 정보기술(IT) 같은 전문분야는 외부 인력을 과감히 수혈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며 “지주에서 M&A 인력을 이미 외부 충원했지만 여기에서 조금 더 과감히 선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우리은행 자회사로 있는 우리카드는 주식교환 50%, 현금매수 50%의 방법으로 지주사 아래로 편입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100% 주식교환 방법으로 편입 작업을 진행하면 자본이 더 증가해 M&A 실탄이 더 늘어나는 장점은 있지만 시장에 주식이 한꺼번에 풀려 주가가 떨어지는 단점이 있어 5대5 방식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우리은행의 설명이다. 우리종금은 100% 현금매입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향후 경영과제로는 △안정적 그룹체제 정착 △사업포트폴리오 확충 △4대 성장사업(글로벌·디지털·기업투자금융·자산관리) 확대 △리스크 관리 고도화 △경영 시너지 창출 등 5대 과제를 선정했다. 손 회장은 이 중 안정적 체제 구축에 대해 “회장과 행장이 겸직하는 체제로 가면서 조직 안정에는 긍정적으로 작동한 것 같다”고 자평하면서 “우리금융은 과점적 주주 체제로 이사회가 작동해 지배구조가 다른 금융지주보다 더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의 마지막 과제인 완전 민영화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이른 시일 내 적절한 방안을 마련해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출범식에 참석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조속한 시일 내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잔여지분 18.4%를 매각해 완전 민영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