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사진) DGB금융지주 회장의 대구은행장 겸직 여부를 결정하려던 대구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오는 18일로 전격 연기됐다. 대구은행 노조가 결사반대하고 나섬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과 지주 이사회가 겸직을 강행하자 은행 이사회에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김 회장이 자신의 겸직 의지를 관철하기 위해 반대여론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벌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구은행 노조는 특히 10개월째 DGB금융그룹 내홍을 키워온 김 회장이 고액연봉을 받아가고 있다며 ‘황제 연봉’ 논란을 제기해 파장이 예상된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조연맹 대구은행 노조(제2노조)는 성명을 내고 “지주사 회장 연봉이 15억원으로 겸직을 하던 전임자 급여보다 3배 넘는 고액 보수가 책정돼 황제 연봉이 아닐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또 “(지주와 은행을 분리하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파기하면서 과거로의 회귀, 즉 지배구조 후진화를 완성하려고 한다”며 “겸직 강행을 강력한 투쟁으로 막아낼 것을 선언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전 임직원 및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해 ‘대구은행 바로 세우기 운동본부(가칭)’를 결성해 강력한 투쟁으로 적극 대응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은행 이사회는 김 회장의 회장·행장 겸직 여부를 결정할 임추위를 이날 오후에서 돌연 18일 오후4시로 연기했다. 임추위 전 여론을 더 수렴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인데 김 회장의 겸직 공식화로 불거진 논란에 대한 책임론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DGB금융지주 자회사 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1일 김 회장을 차기 대구은행장 후보로 추천하면서 대구은행 이사회와 노조를 중심으로 강력한 반발을 사왔다. 은행 임추위가 18일 겸직 안건을 부결시키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김 회장은 취약한 리더십과 책임론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김 회장의 퇴진론도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구은행부패청산 대구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권력의 부정부패는 권력자 선의에 기댈 수 없고 견제장치를 마련한다고 해도 제대로 작동할지 미지수”라며 “한시적 겸임 기간에 후임을 준비한다고 해도 대구은행 내부 인사 가운데 지금도 없는 은행장 적격자가 1~2년 후라고 생길 것인지 장담할 수 없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DGB금융이 1년 가까이 지배구조 논란을 빚고 있는데도 금융당국이 손을 놓고 있어 배경이 궁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김 회장은 14일 사내방송을 통해 “한시적 은행장 겸직 기간 동안 최고의 은행장을 육성한 후 미련 없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며 연임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