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산 원유는 지난해 1월 부터 11개월간 4,733만 배럴이 수입돼 전년보다 3,391 만 배럴 더 수입됐다. 미국산 원유는 국내 업체가 미국의 제제 관련 우려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한 지난해 9월 이후 월 평균 700만 배럴 가량 수입되며 급증세를 보였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 급증은 이란산 원유의 대안으로 선택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부텍사스(WTI)유로 대표되는 미국산 원유는 황 함량이 낮고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만들 수 있어 중질유 위주인 중동산 두바이유 대비 가격이 높은 것이 일반적이었다. 국내 업체 또한 미국산 원유를 수입하려면 중동산 대비 운송비가 배럴당 2~3달러 가량 높은데다 운송 기간도 중동산 대비 열흘 이상 긴 한 달 가량 걸려 단점이 많았다. 전환점은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이다. 미국에너지정보국(EIA) 등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8월 기준 하루 평균 1,10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해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원유 생산국가에 등극했다. 원유 생산량도 지난 10년 사이 2배가량 늘었다. 이 때문에 최근 몇년 새 WIT 가격이 두바이유 보다 낮은 가격 역전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61.2달러인 반면 WTI는 51.6달러로 배럴당 10달러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 제재 조치도 미국산 원유 수입 확대에 한 몫했다. 국내 업체들은 미국 정부의 수입 제재에 따른 선제 조치로 지난해 8월까지만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 지난해 기준 연간 이란산 원유 수입량이 5,820만배럴로 전년의 1억4,787만배럴과 비교해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란산 원유는 초경질유인 콘덴세이트를 주력으로 해 초경질유가 많은 미국산 원유가 수입 대체제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국내 업체들의 정유 시설이 중질유인 중동산에 최적화 돼 있다는 점에서 미국산 원유를 무조건 늘리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 일부 정유사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에서 중질유를 구매한 후 유조선 일부 공간에는 미국 산 초경질유를 구매해 들여오는 방식으로 정유 과정을 최적화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업체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 이상 인데다 원유 시장이 ‘공급자 우위 시장’인 상황에서 가격 요인만으로 미국산을 많이 수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SK이노베이션 등 일부업체가 다음달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재개하는 것도 변수”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