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대구산업단지 입주가 가능해지면서, 그간 집중해온 물류 인프라 투자에도 탄력을 받을 예정이다. 실제로 쿠팡은 지난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에서 유치한 2조 2,000억 원 중 상당수를 물류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투입할 것이라고 공언할 만큼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다만 이번 개발계획 변경에 이은 실시계획 변경이 완료되도, 공개 입찰이라는 또 한 번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직 눈에 띄는 곳은 없지만 경쟁업체가 나설 경우 또 다른 변수가 된다. 쿠팡 관계자는 “아직 행정적인 절차가 모두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현재 상황에서 회사가 향후 계획에 대해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쿠팡의 매출은 5조 원으로 전년 대비 사실상 2배 증가했고, 올해는 8조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쿠팡은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기술 성장 등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고, 이번 대구 산업단지 물류센터 역시 공격적 물류 투자의 연장선상이다. 사실 이번 산업단지 입주는 쿠팡이 지난 2015년 1,000억 원 규모 투자를 발표하고도 4년째 공전하던 사업이다. 원래 계획대로면 이미 지난해 3월 대구국가산단에 7만 8,825㎡ 규모의 최첨단 물류센터를 건립하고, 전기화물차를 도입해 친환경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그간 산단 입지규제가 산업 간 융·복합에 따라 새로운 산업이 활발하게 출현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업계의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법에 미리 정해놓는 규제방식은 산업 간 융·복합에 따라 새로운 산업군과 기업의 창출을 독려하는 정부의 방침과도 어긋난다는 질타를 받아왔다. 현재 산단은 제조업 위주로, 산업용지 입주대상 업종 중 제조업이 아닌 업종은 100여 개 남짓이다. 산업발전법에서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지정한 서비스업종 183개의 절반 수준이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서비스업이 각광받고 있지만 과거 개발연대에서 추진된 제조업과 전기통신업 등을 중심으로 산단의 입주를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쿠팡의 산단 입주 허용은 산단 입지 규제 완화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상반기까지 입주업종제한을 제거하는 네거티브존(Negative zone)을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입주업종의 제한을 두지 않고 예외적일 경우에만 진입을 막는 방식.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부처와 협의를 통해 서비스 업종 등 산단 내 입주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허용 범위 등은 추후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올해부터 실시되는 규제샌드박스를 통해서도 산단을 신산업의 ‘테스트 베드(Test Bed)’로 이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규재샌드박스법 중 하나인 중소기업부의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지역특구법)에 따라 일부 산단이 규제샌드박스 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다. 따라서 입주기업은 산단을 테스트베드 삼아 신제품·서비스 실증을 진행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는 2022년까지 전국 1189개 산업단지 중 10곳을 ‘스마트산단’으로 조성하는 등 산단 진흥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 국가산업단지 2곳을 선도 산단으로 선정해 시범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유·박형윤기자 03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