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드라마 최초로 AR(증강현실)소재에 도전장을 던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송재정 작가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AR 게임 속 마법의 세계를 생생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스마트 렌즈라는 매개를 통해 현실과 게임 속 세상이 하나로 결합하고, 그 안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면서 결국 현실과 게임이 뒤섞이는 스토리는 머지않은 미래에 펼쳐질 현실이기에 시청자들의 관심을 높였다.
송재정 작가는 1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 3층 에메랄드홀에서 진행된 tvN 토일극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인터뷰 현장에서 “먼저 엔딩을 구상해놓고 이야기를 써나가는 편이다”임을 밝혔다. 그는 “한 시간짜리 영화를 쓴다는 생각으로 엔딩을 먼저 구상해서 그걸 이어나가는 방식으로 이어간다. 이게 습관이 돼서 이렇게 이야기를 계속 쓰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 시트콤을 집필했던 송재정 작가는 “굳이 따지자면 엔딩 16개를 정해놓는다. 16회짜리 (미니시리즈)서사를 정해놓는 것이 아니라 1시간짜리 영화를 이어나가는 식으로 작법을 하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당황하는 것 같다. 그렇다보니 기승전결로 가는 미니시리즈보단 시즌물이 맞다고 생각한다. 사실 시즌제로 가도 아무 상관이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투자회사 대표가 출장 차 찾은 스페인 그라나다에서 리얼한 증강 현실 게임을 둘러싼 실종·살인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가장 큰 차별점은 국내 드라마 최초로 AR게임 소재를 접목했다는 점이다. 스페인 그라나다의 이국적인 풍경 아래 CG로 구현된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드라마의 소재는 ‘포켓몬 고’에서 시작됐다.
‘W’,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 등 독특한 상상력이 가미된 작품으로 사랑받았던 송재정 작가는 “원래 ‘W’ 이후 타임슬립을 구상했다.”고 털어놨다. 작가는 “나름 타임슬립 3부작 마지막 편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미래에서 현재에 온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그 남자가 유진우였다. 이 사람이 어떤 호텔에 묵다가 낯선 자의 총을 맞는다라는 얘기까지 만들어놨었다”라고 설명했다.그러던 중 다른 소재가 없을까란 생각이 들 무렵, ‘포켓몬고’ 열풍이 불어서 해봤더니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게임을 좋아했는데 드라마로서 게임 소재를 생각하지 않았던 이유는 영화 ‘아바타’ ‘레디플레이어 원’ 같이 자본으로 승부하는 게 아니면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포켓몬고’처럼 아이템만 CG로 할 수 있다면 드라마에서 해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다. 제작사를 설득하면 도전해볼 수 있는 소재일 것 같아서 타임슬립을 버리고, 유진우라는 인물을 그대로 두고 쓰기 시작했다”
송재정 작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작품의 제목에 대해 “타임슬립을 할 때, 이번에는 음악을 매개로 타임슬립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선택한 것이 “기타 소리가 들려오면 미래가 확 다가오는 이야기인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었다. 그래서 그라나다가 배경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송작가는 “알함브라에 갔다가 일사병에 쓰러진 주인공이 가이드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구상하고 제목을 잡았다가 타임슬립을 넣고, 포켓몬고를 만나서 증강현실 소재까지 들어가게 됐다. 사실 그 과정을 하나 하나 듣다보면 너무 허접할 것 같다”는 솔직한 말로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송재정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스토리의 세가지 줄기는 게임과 휴먼스토리, 희주와 진우의 사랑 이야기이다.
“세 가지 큰 줄기를 갖고 꼬아서 시작했다. 하나는 게임 이야기, 진우와 형석이와 관련된 휴먼스토리, 진우와 희주와 관련한 사랑 이야기 그 세 개의 이야기, 또 관계가 중요한 저의 축이었다.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진우가 과거의 과오들, 잘못된 선택들, 형석이한테 복수하는 과정 등 도 모든 과거의 흔적들을 지우면서 희주한테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한 주제였다. 이걸 다 해결해야 진우가 진짜로 희주한테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여자이지만 희주가 아깝다“
현빈은 공학박사 출신 IT 투자회사 대표 유진우 역으로 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다. 현빈이 맡은 유진우란 캐릭터는 테슬라 회장인 일론 머스크를 보고 떠올렸다. 송재정 작가는 테슬라 회장의 자서전을 보고 흥미가 생겼고 영감을 얻어 스타일을 붙였다고 털어놨다. 그가 선호하는 책은 스토리 텔링이 있는 책이 아닌 인물평전이나 잡지류였다. 송재정 작가의 독창적인 이야기의 재료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송재정 작가는 스스로를 “낯선 혼종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솔직히 다른 드라마를 열심히 보기 보단, 영화나 책을 더 좋아한다. 한번도, 드라마 작법을 공부하거나 연습해본 적이 없다. 그냥 시트콤이라는 특성과 영화나 책을 보면서 느낀 혼재를 통해 내 마음대로 플롯을 만들었다. 그래서 이상하고 낯선 혼종의 이야기를 그리는 것 같기도 하다.”
“기존의 스토리텔링에서 안 뽑아오고, 다른 사람의 스토리에서 뽑아오다보니 독창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애초에 소재를 우리나라에서 찾지 않는 편이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오는 27일 일요일 밤 종영한다. 남은 2회의 관전포인트는 ‘엠마가 왜 엠마여야했는지 박신혜 씨가 왜 엠마여야했는지’에 대한 부분이다.
송 작가는 “천국의 열쇠가 나온 뒤 엠마(박신혜)의 중요한 기능이 아직 남아있다. 엠마는 그냥 천국의 열쇠 받고 끝나는 게 아니다. 엠마가 왜 엠마여야했는지 박신혜 씨가 왜 엠마여야했는지가 15회 16회에 나온다. 거기에 중점을 두고 봐주셨으면 한다”고 관전포인트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