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이민화의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윈'이 융합행정 길 연다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

<116> 스마트시티와 행정조직 혁신

닫힌 조직, 복합문제 대처 힘들어

데이터 공유 온라인 조직 구축땐

협업·스마트한 의사 결정 등 가능




기존의 오프라인 행정조직으로 4차 산업혁명의 구현은 불가능하다. 기존의 행정조직은 책임과 권한이 명확하게 분할돼 있다. 조직 간 충돌과 갈등을 극소화하기 위한 대안이 권한의 영역화로 귀결된 것이다. 행정조직들은 법률과 예산의 지원을 받아 개별적으로 평가받고 감사받는다. 그 결과 조직 간 협력이 되지 않는 가두리양식장 같은 닫힌 행정구조가 정착됐다. 핵심성과지표(KPI)라는 개별 조직의 개별적 평가지표가 시민들의 후생보다 중요하게 된 본말 전도 현상의 근본 원인이다.

특히 최근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스마트시티에는 기존의 행정조직과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는 시민을 위한 행정 부처 간 융합이기 때문에 기존의 업무 영역별로 분할된 사일로형 행정조직으로는 대처가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대응을 위해서는 환경 센서들이 가로등 등에 설치되고 환경 센서의 데이터가 사물인터넷(IoT) 통신망으로 전달돼 빅데이터로 축적되고 분석돼야 한다. 한편 미세먼지 대응을 위한 디젤 차량 통제 발동은 시민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다. 미세먼지는 도시의 에너지 소비, 차량 통행과도 관계가 있다. 이같이 여러 분야에 걸친 다단계 의사결정이 융합돼야 스마트시티의 구현이 가능해진다. 기존의 수직적인 닫힌 행정조직으로 복합적인 문제의 해결이 어렵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필자는 스마트시티를 ‘현실의 도시와 가상의 도시가 데이터를 매개로 융합하는 도시’라고 정의했다. 즉 스마트시티는 교통·환경·도로·에너지·여가·관광·산업·교육 등 전 분야가 데이터를 통해 다른 영역의 행정과 융합돼야 한다. 서로 부처가 다른 폐쇄회로(CC)TV와 환경 센서, 소음 센서를 스마트 가로등에 설치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게 되면 대부분의 시민들은 경악할 것이다. 스마트 가로등의 문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행정제도의 문제라고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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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은 행정조직의 디지털 트윈화다. 기존의 오프라인 행정조직과 1대1로 대응되는 온라인 행정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오프라인 행정조직에서 거의 불가능했던 정보 공유와 업무 협력이 온라인 행정조직에서 가능해진다. 오프라인 세상은 고비용·비실시간 협력구조이나 온라인 세상은 저비용·실시간 협력구조다. 현실의 행정조직이 데이터의 개방 공유로 가상의 행정조직과 디지털 트윈화된 결과다. 공공데이터 개방 공유가 모든 스마트시티의 출발점인 이유다.

지방정부의 공공데이터는 지난해 8·31 ‘데이터 고속도로’ 선언 이후 ‘안전한 활용’의 길이 열리게 됐다. 조만간 개인정보와 클라우드 법이 통과될 예정이고 상반기 중 시행령이 준비될 것이다.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가 없는 지방정부의 데이터는 개인정보 익명화 기준에 맞추기만 하면 100% 클라우드에서 공개가 가능하다. 문제가 되는 아래한글과 PDF 포맷의 데이터는 클라우드에서 연결 활용이 가능한 형태로 자동 변환하는 기술도 해결됐다. 스마트시티의 최우선 과제는 지방정부의 데이터 개방을 위한 진정한 의지와 로드맵이다.

데이터가 온라인에서 공유되면 조직의 협력은 쉬워진다. 이제 행정조직의 평가 기준을 개별 업무에서 개방 협력으로 전환시키면 협력이 급속히 확대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전제조건이 있다. 갑을 문화에 기반한 상의하달 행정조직은 스마트시티에 전혀 적합하지 않다. 초우량 조직과 열등 조직의 차이는 결재 단계의 숫자다. 다단계 결재를 받아 업무가 집행되는 수직 조직에서 스마트한 의사결정은 불가능하다. 업무 관계자들이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툴을 통해 실시간으로 업무 협의를 하는 수평 조직만이 스마트시티에 적합하다. 그리고 카카오·네이버·구글·슬랙 등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이러한 스마트워크 업무 협업 도구들을 경쟁적으로 거의 무상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조직으로 결과보다 중요한 과정이 스마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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