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만은 지난해보다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의 기대를 받는 현대오일뱅크·카카오게임즈 등이 회계감리 문제를 마무리 짓고 다시 상장을 추진할 예정이며 현대엔지니어링·교보생명 등도 수조원의 기업가치를 자랑한다. 지난해 상장을 미뤘던 대어급들이 가세할지도 관건이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 오너 리스크로 상장 추진 자체가 미뤄진 호텔롯데 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 시장 규모는 최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17년 7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조8,000억원 규모로 쪼그라들었던 IPO 시장이 현대오일뱅크·교보생명·카카오게임즈 등의 상장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오일뱅크는 공모 금액이 2조~3조원, 기업가치는 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 금융당국의 회계감리 강화로 인해 유가증권시장 상장 일정이 늦춰졌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당초 오는 2월까지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이 역시 연기되면서 상반기 중 상장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경우 올 IPO 시장에서 ‘최대어’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장 주관은 NH투자증권과 하나금융투자가 맡았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가치가 5조~6조원대에 달해 실제로 IPO가 이뤄질 경우 단번에 시장의 이목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하반기로 예상되는 교보생명의 공모 규모도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며 지난해 9월 코스닥 상장을 철회한 카카오게임즈(공모금액 1조원 이상 추정)도 올해 다시 상장 준비에 나설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회계 감리가 길어지면서 지난해 상장을 취소했다.
2016년에 이어 올해 상장을 재추진 중인 이랜드리테일과 홈플러스리츠도 조 단위의 IPO가 예상되는 대어급이다. 이랜드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12월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상장 주관사는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2016년 12월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신용등급 안정화를 이유로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이랜드리테일의 기업 가치는 최대 2조원대 안팎으로 평가받는다. 이밖에 바디프랜드·호반건설·현대오토에버 등도 규모는 작지만 주목해야 할 알짜 기업들로 꼽힌다. 바디프랜드는 미래에셋대우와 모건스탠리가 대표 주관사다.
지난해 상장을 철회한 SK루브리컨츠가 올해 재시도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4월 기관 수요예측 과정에서 회사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지 못했다고 밝히며 코스피 상장 추진을 철회했었다. 다만 공모 규모만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시장의 기대감은 높다. SK그룹은 SK루브리컨츠 이외에도 IPO 가능성이 언급되는 비상장 자회사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SK실트론·SK바이오팜 등이 높은 성장세를 등에 업고 올해 IPO 가능성이 부각될 것으로 전망되며, SK디스커버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지분 정리가 필요해진 SK건설 역시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SK바이오팜·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호텔롯데까지 가세할 경우 올해 IPO 시장이 1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호텔롯데의 공모금액만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서다. 호텔롯데는 오너 일가의 검찰 수사로 2016년부터 상장 작업이 중단됐지만 지난해 10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경영 복귀와 함께 롯데케미칼의 롯데지주 편입·금융계열사 매각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IPO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공모주 투자자들도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대규모 IPO가 줄줄이 취소·연기되면서 공모주펀드도 자금 유출입에 몸살을 겪었지만 지난달에는 약 20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되는 등 반전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