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중거리핵전력조약(INF) 탈퇴에 합당한 대응 조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6일 공개된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은 군사력 증강 분야에서 자신들의 손을 얽어매는 국제 군비통제 협정 시스템을 사실상 해체하는 노선을 걷고 있다. 혹은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부문만 선택적으로 이행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INF 탈퇴 의사 발표는 그러한 일련의 행동 가운데 하나”라면서 “그런 정책의 결과가 아주 부정적일 것이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는 당연히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는 미국의 미사일 전개에 눈을 감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효과적 대응 조처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실제로 INF에서 탈퇴하고 유럽 지역에 미사일을 배치하는 등의 조처를 할 경우 러시아도 상응하는 군사·외교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그러나 “러시아는 책임 있고 건전한 생각을 하는 국가로서 새로운 군비 경쟁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지난해) 미국의 INF 탈퇴 발표에도 우리는 조약 유지 방안 모색을 위한 대화 지속에 열려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 담당 안드레아 톰슨 차관과 러시아 외무부 군비통제 담당 세르게이 랴브코프 차관이 이끄는 대표단 간 회담을 열고 INF 유지 방안을 논의했으나 아무런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협정 위반을 이유로 INF에서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해 12월 4일 러시아가 INF를 완전하고 검증할 수 있게 준수하지 않는 한, 미국은 60일 안에 조약 준수를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톰슨 차관은 제네바 회담 뒤 러시아가 정해진 기간(60일 이내)에 조약 이행으로 복귀하지 않으면 미국은 폼페이오 장관의 경고를 이행할 것이라면서 조약 폐기 절차 착수를 시사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최종시한이 2월 2일인 만큼 그 이전에 INF 관련 미-러 간 추가 협상이 개최될 가능성도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