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가 시작된 시리아 북부에서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노린 것으로 보이는 자폭공격으로 미군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공격 직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선전 매체로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시리아내전 감시단체 ‘시리아인권관측소’는 16일(다마스쿠스 현지시간) 시리아 북부 알레포주(州) 만비즈 중심부의 한 식당 근처에서 폭탄공격이 벌어져 미군과 쿠르드 민병대원, 민간인을 합쳐 16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전했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민간인 사망자가 9명이라고 파악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는 미군 4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고 말한 것으로 로이터통신과 블룸버그 등이 보도했다.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 대변인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군 대원들이 오늘 시리아에서 일상적 순찰 중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아랍권 위성 매체 알마야딘 TV는 만비즈 중심부에서 미군 정찰대 옆에서 폭발이 일어나 주민 약 30명이 죽거나 다쳤다고 전했고, 터키 국영 테레테 방송 등 터키 매체는 목표물이 된 순찰대 일행에 미군과 YPG 외에 프랑스군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공격 직후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는 선전매체 아마크를 통해 공격 배후를 자처했다. IS는 아마크에 올린 성명에서 “폭탄조끼를 착용한 자살 공격자 아부 야신 알샤미가 만비즈에 있는 ‘까스르 알람라’ 식당 근처에서 십자군 동맹과 PKK(쿠르드 분리주의 무장단체 ‘쿠르드노동자당’의 약칭) 배교자로 구성된 정찰대를 향해 폭탄을 터뜨렸다”고 주장했다. ‘십자군 동맹’은 IS가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지칭할 때 쓰는 용어이며, ‘PKK 배교자’는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뜻한다.
만비즈는 미군을 등에 업은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가 2016년 미군을 몰아내고 장악한 곳이다. 만비즈를 비롯한 알레포 일대에 IS 잔당이 비활동 상태로 은신할 것으로 추정되나 만비즈에서 국제동맹군을 노린 이러한 대규모 공격은 드물었다. 이날 공격은 이달 10일 미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철수를 시작한 지 약 일주일 만에 발생했다.
한편, 지난달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IS를 무찔렀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하며,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한다고 결정했다. 미국의 발표 후 만비즈 일대는 긴장과 혼란이 조성됐다. 터키는 YPG를 상대로 군사작전을 위협하며, 만비즈 주위로 ‘자유시리아군’(FSA) 계열 시리아 반군 병력을 집결시켰다. 도시 외곽에서는 시리아군이 배치되고 러시아 헌병도 순찰을 시작하기도 했다. /윤서영 인턴기자 beatri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