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교도소로 가겠다’며 범행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A씨는 지난 14일 또 무전취식을 했다. 부산 사상구 한 음식점에 들어가 28,000원어치 음식을 시켜 먹은 뒤 태연하게 “돈이 없다”고 털어놨다. 20년째 노숙 생활을 하면서 무전취식·무임승차 전과만 22차례다. 그는 경찰에 연행 뒤 “배가 너무 고파서 교도소에 들어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며 핑계를 댔다. 지난해 10월 충북 제천에서는 B(58)씨가 교도소 출소 1주일 만에 여성 행인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사회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면서 “의식주 걱정 없는 교도소에 가겠다”며 자신을 검찰로 빨리 송치라는 황당한 요구를 하기도 했다. 2017년 11월에는 광주 북구에서 C(55)씨가 “날이 추워 교도소에 다시 가고 싶다”며 식당에서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다가 검거됐다. C씨는 경찰관을 발로 두 차례 차고 멱살을 잡는 등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날이 추워서’ ‘배가 고파서’ ‘사회 적응을 못 해서’ 등 생활고를 핑계로 댄다. 하지만 전문가는 이들을 생계형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효민 영산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회에는 양심과 법을 지키기 위해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선을 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범죄의 상습성이나 짙은 고의성을 볼 때 생계형 범죄 차원을 넘어섰고, 이들 범죄를 구조적으로 분석해보면 재발을 막기 위한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단순히 연민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곽대경 동국대학교 교수는 이런 유형의 범죄는 범죄자 개인의 잘못된 가치관과 부적절한 의사 결정에서도 기인한다고 말한다. 여러 차례 전과로 자신을 사회 부적응자로 낙인찍고, 교정시설을 여러 차례 경험하며 범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모든 범죄자가 교도소에서 나온 후 다시 들어가고 싶다는 것은 아니어서 교정시스템의 교화작용 자체를 논의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들에게 삶의 긍지나 의미를 되돌아볼 수 있게 하고 사회화를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곽 교수는 “삶에 의미와 살아가는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일자리를 부여하고, 이들이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피곤하다며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끊임없는 동기부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도 “범행 초창기부터 범죄자가 처한 사회적 환경을 꼼꼼하게 살펴서 재범을 막을 수 있도록 복지기관과 경찰이 협업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