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주가가 꾸준히 오르면서 4만2,000원선 회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어닝쇼크라는 걸림돌을 넘기고 다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꾸준히 이어진 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도 한몫했다.
17일 삼성전자는 1.21% 오른 4만1,950원에 장을 마쳤다. 연초 코스피지수가 3.2% 오르는 사이 삼성전자의 누적 상승률은 8.4%에 달한다. 지난 4일 3만7,450원까지 추락하며 1년여 만에 최저가로 주저앉은 후 반등이 이어졌다.
특히 8일 삼성전자가 지난해 4·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며 어닝쇼크를 안겨준 후 외국인투자가들의 집중 매수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올 들어 이틀을 제외하고 내내 외국인 순매수가 이어졌고, 특히 실적발표 이튿날인 9일부터 현재까지 외국인의 삼성전자 누적 순매수 금액은 6,639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체로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패시브 투자 중심인 외국인의 특성상 대장주인 삼성전자로도 순매수세가 몰린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반도체 사업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점도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더해줬다는 분석이다.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엿보인다. 삼성전자의 4·4분기 잠정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59조원, 10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29%나 감소했다. 아직까지는 실적 하향 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말 244조2,731억원, 51조7,937억원에서 이달 들어 233조7,968억원, 42조7,439억원으로 다시 대폭 하향 조정됐다.
하지만 그만큼 실적이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D램 업황의 변곡점이 될 1·4분기에 삼성전자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추천한다”며 “2·4분기부터 수요 증가와 공급 제약 등으로 D램 재고가 줄고 가격 하락폭도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4분기를 저점으로 개선 추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며 “반도체 수요가 ‘절벽’인 상황이지만 D램은 이르면 2·4분기, 늦어도 3·4분기 중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용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3·4분기께 다시 10조원을 넘어선 후 오는 2020년부터 13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반도체업종 전반의 강세도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함께 양대 반도체주인 SK하이닉스(000660)도 올 들어 7.6% 올랐다. 반도체 소재·장비 등 부품주도 마찬가지다. 반도체용 석영유리 제조사인 원익QNC가 올해 26.5%나 급등했고 SKC솔믹스(21%), 티씨케이(064760)(14%), 나노신소재(121600)(12.7%), 미코(059090)(8.3%), 엘티씨(170920)(5.6%), 이엔에프테크놀로지(102710)(4.4%), 솔브레인(036830)(4.1%) 등도 상승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떨어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고 1·4분기 실적 전망이 예상보다 견조하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반도체 부품·장비주가 반도체 대기업들의 실적 흐름을 뒤따라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모멘텀이 2·4분기 이후 둔화될 우려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