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 서열 1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간 충돌이 첨예한 ‘파워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는 29일로 예정된 신년 국정연설을 연기하거나 서면으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 명분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인한 ‘경호 공백 우려’지만 대통령이 의회에 나와 국경장벽 예산 반영을 막고 있는 민주당을 대놓고 비판하는 정치적 선전무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29일 국정연설 당일 경비계획을 세우고 이행하는 비밀경호국과 국토안보부가 연방공무원 일시 해고로 차질을 빚고 있다”며 “경비 우려를 고려할 때 만약 이번주 연방정부가 문을 열지 않는다면 정부 업무재개 이후 적절한 날을 다시 잡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29일 서면으로 의회에 국정연설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해달라”고 덧붙였다.
‘경호 우려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펠로시 의장의 강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장기화되고 있는 셧다운을 빨리 끝내라는 일종의 압박 메시지라고 해석된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CNN은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이번 서한을 ‘파워플레이’로 부르며 “펠로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의회가 행정부와 동등한 권력 기구이고 대통령이 국경장벽 예산을 받아낼 때까지 정부 문을 닫아버리겠다고 계속 고집을 부리면 대통령 본인에게도 피해가 간다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에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이 의사당에 모인 상하원 의원 앞에서 국정연설을 하는 날짜와 시간은 하원 결의안에 담긴다. 하원과 상원 모두 이 결의안을 통과시켜야 대통령의 의회 국정연설이 확정된다. 아직 하원과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을 29일에 초청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은 상황이다. 첫걸음인 하원에서 의장이 언제 이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펠로시가 마음만 먹으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막을 수는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펠로시의 공격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