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선언한 후 시리아 내 미군 철수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시리아 북부 지역에서 IS 배후를 자처한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이슬람국가가 미국 동맹군을 상대로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공격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이 사고로 미국 군인과 민간인 4명을 포함해 최소 20명 가량이 목숨을 잃었지만, 미국 정부는 당초 예정된 시리아 철군 방침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혀 워싱턴 정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칼리프(이슬람교 왕국)는 허물어졌고 ISIS(IS의 옛 이름)는 격퇴됐다”면서 “최고통수권자의 리더십과 우리 군의 용기, 희생 덕분에 ISIS에 대한 전투에서 손을 떼고 우리의 군대를 집으로 복귀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ISIS는 격퇴됐고, 미군 철수 계획은 변동 없이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미국이 이끄는 연합군 부대원들이 자살폭탄 테러로 사망한 지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나온 것이라 펜스 연설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CNN은 “이번 사고는 미국이 시리아 철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워싱턴 정가는 이로써 미군 철수를 가속화 할 것인지, 더 오래 머물며 싸움을 이어갈지 등 난처한 질문을 받게 됐다”고 꼬집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자살폭탄 테러는 지난 2015년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한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사건”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를 철수하기로 했지만 시리아 지역 내 여전히 강력한 위협이 남아 있다는 징후”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 부재가 군대를 더 위험하게 만들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리처드 블루멘털 민주당 상원의원은 “계획도 전략도 없는 성급한 철수는 우리의 군대를 더욱 위험에 처하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딕 더빈 상원의원도 “대통령이 발표한 ‘30일 내 시리아 철수’ 계획은 급작스럽고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