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강원도 춘천시 소남이섬에 마련된 오프로드 코스. 하늘을 향해 뻗은 모래 언덕을 따라 정점에 올라서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깎아지른 내리막이 나온다.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이지 못한 채 주저하던 차. 브레이크에서 아예 발을 뗀 채로 내달리라는 인스트럭터(강사)의 지시는 야속하기만 했다.
‘휠디센트 컨트롤’이 겁 많은 운전자를 달래줬다.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차는 곤두박질치지 않고 5km/h를 유지하며 내려갔다. 운전자가 할 일은 차를 믿고 스티어링을 조금씩 조절하는 정도다.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레저 문화 확산에 힘입어 현대차뿐 아니라 혼다 등 수입업체들도 잇달아 신차를 내놓는다. 쌍용차는 렉스턴 스포츠 칸을 공개하며 참전을 알렸다. 제법 가파른 언덕을 평지 다니듯 오르내리고 깊은 구덩이도 우직하게 빠져나온다. 렉스턴 스포츠보다 적재 용량을 25% 늘리는 한편 적재 공간을 시원하게 노출해 아웃도어 마니아들을 설레게 할 것으로 보인다.
모래 언덕을 내려오자 요철 코스가 기다리고 있다. 하체가 닿을 정도 높이의 요철이 군데군데 보였다. 진입 직전 운전 모드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꿨다. 가속페달을 톡톡 건드릴 때마다 짧지만 강한 출력을 내며 투박하게 요철을 넘어갔다. 로우모드의 출력이 도드라지던 코스는 구덩이 구간이었다. 연달아 파놓은 구덩이에 앞쪽 바퀴 하나가 빠지면 다른 쪽 바퀴가 높이 들릴 정도로 푹 파여있다. 한쪽 바퀴가 헛돌아 당황할 때면 차동기어잠금장치가 성능을 발휘했다. 지면에 붙어있는 다른 바퀴에 힘을 몰아주자 뒤뚱거리며 구덩이를 탈출했다. 쌍용차는 일반차동기어장치가 적용된 모델보다 등판능력은 5.6배, 견인능력이 4배 가량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동승한 인스트럭터의 작은 찬사가 이어진다. 그는 “사실 이 정도 코스는 랭글러 정도의 차라면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다”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칸이 이 정도 운동성능을 갖춘 게 놀랍긴 하다”고 했다. 칸의 가격은 2,838만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일반 주행 시 매력은 다소 떨어진다. 엔진 분당회전수가 2,000을 넘어가면서부터 들리는 소음이 제법 크다. 고속도로에서 100km/h를 넘어서자 거친 풍절음이 들려온다. 딱딱한 승차감도 감추지 못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진동이 다른 SUV보다 제법 크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