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패션시장의 전반적인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 대형 패션업체들이 몸집을 줄이며 불황에 대비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매출이 정체된 업체가 가장 적극적으로 부진사업 정리와 사업부 개편에 나서고 있다.
20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오롱 FnC는 올 들어 남성복 사업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두 개(C본부·CM사업부)로 나눠져 있던 남성복 사업부를 ‘M(맨즈)본부’로 통합 운영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여성복·스포츠 등은 그대로 두고 코오롱 FnC의 강점인 스포츠 사업 부문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기존의 경영전략실과 사업지원실이 경영지원본부로 통합됐고 온라인 비즈니스를 담당했던 ‘G본부’가 기존 사업지원실의 물류팀과 고객팀을 이관받았다. 코오롱 FnC의 매출은 최근 몇 년간 감소세로 지난 2013년 1조 3,147억 원이었던 매출은 지난 2017년 1조 967억 원으로 17% 가량 내려앉았다.
수년째 매출 2조 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최근 이서현 전 사장이 떠나고 박철규 신임 부사장이 부임하며 체질 개선에 힘을 쏟는 분위기다. 지난 2일에는 YG엔터네인먼트와 합작해 설립한 회사 ‘네추럴 나인’을 청산하고 함께 운영하던 스트릿 의류 브랜드 ‘노나곤’ 사업도 정리했다. 4년 연속 적자가 지속된 탓이다. 직전에는 수익성이 악화된 남성복 1·2사업부를 하나의 사업부로 통합했다.
패션업계에서 사업부의 신설이나 통폐합은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대형 업체들이 잇따라 사업부 개편에 나서는 것은 올해 패션 시장 전망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패션시장 규모는 42조 4,300억 원으로 전년(42조 4,704억 원)보다 감소했다.
대형 패션업체가 점차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패션의 비중을 줄이면서 이같은 통폐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물산은 새 브랜드 ‘그라니트’를 선보이며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LF는 지난 5년간 식품·유통에 방송·부동산까지 영역없는 M&A로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패션만으로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패션 자체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R&D 투자를 과감히 늘리거나 아니면 패션 외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