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적이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는 것이 디자인 철학입니다. 저희 구두를 한 번도 신지 않은 고객은 있어도 한 번만 신은 고객은 없는 이유죠.”
고인희(45)·홍혜원(43) 헬레나앤크리스티 공동 대표는 2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사무실에서 만나 헬레나앤크리스티가 국내 대표적인 디자이너 슈즈 브랜드로 장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국내 대기업 의류 회사에서 직장 선후배로 처음 만난 두 대표는 퇴사 후 각자의 길을 걷다 2009년 헬레나앤크리스티를 함께 창업했다. 회사 이름은 둘의 영어 이름 앞 글자를 딴 것이다. 평소 꼼꼼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고 대표가 경영·기획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돌체앤가바나’에서 디자이너로 활약한 홍 대표가 디자인을 담당한다.
고 대표는 “우리 모두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늘 창의적이 활동에 목말라 있었다”며 “2009년 직접 디자인한 슈즈를 들고 파리 프레타 포르테에 참가했는데 해외 바이어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는 “실제 그곳에서 파리에서 가장 큰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에서 우리 제품을 입점 시키고 싶다는 주문이 들어왔다”면서 “제품 오더에 대응하기 위해 회사가 필요했고, 둘이 의기투합해 헬레나앤크리스티나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끊임없이 신규 브랜드가 론칭했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치열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시장에서 헬레나크리스티처럼 10년 이상 장수한 브랜드는 흔치 않다. 홍 대표는 “헬레나앤크리스티의 제품은 평범한 듯 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유니크’한 디자인이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우리 제품을 한 번이라도 신어본 고객은 다시 찾아올 만큼 마니아층을 형성한 게 장수의 비결인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헬레나앤크리스티는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 수주를 기반으로 국내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2010년 신사도 가로수길에 로드샵을 열었고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에도 단독 매장을 오픈했다. 현재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백화점 10곳에 입점 돼 있다.
헬레나앤크리스티는 앞으로 온라인 판매 사업을 더욱 강화하고 해외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고 대표는 “지난해 대중성을 높인 세컨드 브랜드 ‘헤이앤코이’를 선보였고, 현재 TV홈쇼핑과 온라인에서 마케팅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 대표는 “최근 일본의 한 방송프로그램에 우리 브랜드가 소개된 후 현지의 반응이 뜨거워져 일본의 바니스 재팬 백화점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입점하게 됐다”며 “미국 바니스 뉴욕, 홍콩 하비 니콜스 등 기존에 진출한 해외 매장에서의 매출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헬레나앤크리스티는 카페24 플랫폼을 활용해 해외 고객들이 쉽게 자사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온라인 부문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오는 2월엔 화장품 브랜드도 내놓는다. 홍 대표는 “헬레나앤크리스티의 시그니처인 입술 모양을 모티브로 립스틱과 색조 화장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우선은 해외 고객을 타깃으로 온라인 면세점에 입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교=서민우기자 ingaghi@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