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르면 22일 영장실질심사] 여론이냐, 조직이냐… 법원 '양승태 딜레마'

이규진 부장판사 업무수첩 등이 열쇠

직무범위·실형 가능성 등도 판단기준

기각·발부 모두 거센 후폭풍 예고




양승태(사진)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놓고 법원이 딜레마에 빠졌다.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 비판 여론과 함께 특별재판부 논의에 직면하고 발부할 경우 극심한 내홍에 빠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은 21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실질심사 판사를 배당하고 일정을 확정한 뒤 이르면 22일 오전께 심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법조계는 구속 여부를 가르는 첫 단추는 ‘재판거래’ 직접 개입에 대한 검찰의 ‘물증’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특히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 3권이 핵심 증거가 될 전망이다. 해당 수첩에는 윗선 지시·보고 사항이 꼼꼼히 기록돼 있는데 검찰은 ‘大’로 표시한 부분이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사항을 뜻한다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처럼 이번에는 ‘이규진 수첩’이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확보한 ‘판사 블랙리스트’ 문건에 담긴 ‘V’ 표시도 주요 물증으로 본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조사에서 이것이 자신의 최종 결정 흔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인사권 행사”라고 주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지난 2015~2016년 한상호 변호사 등을 수차례 독대해 일본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독대 문건’도 스모킹건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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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모든 증거가 채택되더라도 실제 구속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게 상당수 법조인들의 입장이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에 대해 그동안 수차례 “증거 인멸·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해 왔기 때문에 이를 갑자기 뒤집을 논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다. 또 영장전담판사가 구속 영장을 발부하려면 혐의 내용이 실제 재판에서도 징역형 이상 선고될 가능성이 높아야 하는데 대다수 혐의가 실형 가능성이 불투명한 직권남용이란 것도 문제다. 대법원장의 직무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 양 전 대법원장이 판사의 독립성을 어떻게 직접 훼손했는지 입증하는 작업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법원 안팎의 분위기도 구속 판단에 간접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진단했다. 영장을 기각할 경우 비판 여론을 자극하는 것은 물론 ‘특별재판부’ 논의까지 급물살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영장을 발부할 경우 “이미 결론부터 내려진 수사에 법원까지 끌려간다”는 내부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실제로 영장전담판사 중 한 명인 이언학 부장판사는 김명수 대법원장의 검찰 수사 협조 입장에 실망해 이달 초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두 번째 구속 심사를 받게 된 박 전 대법관의 경우 고교 후배 사건을 ‘셀프 배당’한 혐의가 영장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법관은 법인세 28억5,000여만 원을 탈세한 혐의로 기소된 후배 이모(61)씨에게 “상고심 재판을 맡아 달라”는 부탁을 받고 자신이 속한 대법원 1부에서 사건을 무죄로 확정한 혐의를 받는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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