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실패를 맛봅니다. 이론에 그치는 창업교육이 아니라 실제 창업에 필요한 현장형 교육과정이 마련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국내 벤처 1세대로 지난 2000년대 초 ‘대박 신화’를 쓴 이종현(사진) 투썬캠퍼스 대표는 자신을 ‘창업유치원장’이라고 부른다. 성년이라도 거친 창업 필드에 놓인 예비창업자는 유치원생에 불과하고 그 유치원생 눈높이에서 창업을 제대로 가르치겠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최근 서울 공릉동 서울과학기술대에서 열린 ‘청년창업 투어’ 강연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사업은 종합 비즈니스라고 볼 수 있는데 기존 창업교육은 이론에 치우치고 현장요소들이 빠져 있다”며 “이 같은 필드교육 부재로 창업 실패와 퇴출의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국기술금융(현 KDB캐피탈) 벤처캐피털리스트 출신인 이 대표는 1999년 말 영세 게임업체 액토즈소프트를 인수해 단기간 강소기업으로 성장시켰다. 당시 이 회사의 PC게임 ‘미르의 전설2’가 중국 시장에서 대박을 쳤고 2004년 이 대표는 중국 샨다게임즈에 액토즈소프트 지분을 약 9,20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700억원대)에 매각했다. 화려한 성공 이후 7년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이 대표는 2011년 창업전문대학을 표방하는 투썬캠퍼스를 설립하면서 시장으로 복귀했다. 국내에 창업과정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없어 창업 실패가 반복되고 있다는 현실자각에서 시작했다.
이 대표는 “창업 실패가 값진 경험으로 용인되고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것처럼 얘기되지만 실패만이 진정한 경험은 아니다”라며 “스타트업이 가진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면 실패하더라도 그만큼 재기도 더 빨라지는 만큼 이를 교육할 프로세스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투썬캠퍼스는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는 것부터 사업모델 완성, 인력 충원 등 기업화 과정 등을 단계별로 교육하고 벤처투자를 연계해 스타트업을 키운다. ‘상상을 기업화한다’는 모토를 구체화시키는 게 목표다. 하지만 전문가인 이 대표에게도 벤처 육성·투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2012년 이후 3년간 투자한 20개 스타트업이 모두 망했다. 그는 강연에서 “큰 실패 후 창업 교육 및 투자 병행 프로세스를 모델화하는 방향으로 완전히 바꿨다”며 “현재 10개 스타트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투썬캠퍼스 교육의 핵심 과정 중 하나는 시장이 진정 원하는 사업이 무엇인지를 판단하는 방향성이다. 이 대표는 “스타트업 성패의 70% 정도는 방향성에서 갈린다”며 “창업자들이 대체로 추진력을 갖추고 있지만 방향성에는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투썬캠퍼스 교육생들은 보통 2년 반 동안 사업 프로젝트나 사업모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무한 반복하며 방향성 잡기 훈련을 한다.
이 대표는 “직업과 마찬가지로 창업도 관심 분야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좋은 성과는 낸다”며 “창업자들은 상상을 구체화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