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4개 은행이 국내 대기업과의 외환파생상품 거래 계약에서 6,000억원 이상의 거래를 담합했다가 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JP모간체이스은행·홍콩상하이은행(HSBC)·도이치은행·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6억9,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10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7차례에 걸쳐 거래금액 총액 약 6,112억원 상당의 외환파생상품을 거래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인 대기업에 제시할 수수료 수준을 합의하는 방식으로 ‘나눠먹기’한 혐의를 받는다.
외환파생상품은 외환거래를 할 때 환율이나 이자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금융상품이다. 이들 은행들은 통화스와프 거래 때 받는 원화고정금리 이율이나 선물환율과 현물환율의 차이인 스와프 포인트 등을 결정할 때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고객이 같은 거래조건의 외환파생상품 물량을 나눠 출혈 경쟁을 막고 최종 계약 금액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합의했다. 담합은 평소 사적인 친분이 있던 영업직원들이 메신저나 전화로 거래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JP모간체이스은행·도이치은행·HSBC는 이런 방식으로 거래금액 합계 300억엔인 원·엔 통화스와프 거래를 체결하며 담합했다가 적발됐다. HSBC·도이치은행은 1억2,400만달러에 달하는 달러·원 선물환 거래에서도 이런 담합을 벌였다가 적발됐다. 외국계 은행들은 고객이 단 하나의 거래은행을 선정할 때도 특정 은행이 낙찰에 성공할 수 있도록 가격을 미리 합의했다가 적발됐다. HSBC·도이치은행·한국SC은행은 이런 방식으로 유로·원, 달러·원 선물환이나 외환스와프와 관련한 5차례 입찰(거래금액 총합 7,700만유로, 5,900만달러)에서 담합했다.
공정위는 전체 거래금액 가운데 은행들이 올린 총매출액 약 270억원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업체별 과징금은 JP모간체이스은행 2억5,100만원, HSBC 2억2,500만원, 도이치은행 2억1,200만원, 한국SC은행 500만원 등이다. JP모간체이스은행 과징금은 외국계 은행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가 부과한 최고 금액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과징금 액수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담합 부당이득 대비 과징금 비율은 9%로 미국 57%, 유럽연합 26%에 비해 크게 낮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정거래법상 과징금 부과기준율 상한을 현행의 2배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공정위는 2016년과 2017년에도 외국계 은행의 외환파생상품 거래 담합을 적발한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세 차례 적발에 따라 영업직원의 담합 위법행위에 대한 내부통제장치가 마련되는 등 업계 관행에 개선이 있었다”며 “앞으로도 외환파생상품 시장에서 부당한 공동행위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