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무인화 쓰나미] "월14만원이면 1명 대체"...스터디카페·노래방까지 키오스크로

렌털·키오스크 소형화에 소규모 매장도 도입 늘어

"편리성·비용 절감 효과 커...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수제맥주 전문점에서 손님이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이곳은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 손님을 관리하고 음식 주문을 받는다.  /사진=김연하기자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수제맥주 전문점에서 손님이 키오스크를 통해 음식을 주문하고 있다. 이곳은 키오스크를 통해 대기 손님을 관리하고 음식 주문을 받는다. /사진=김연하기자



“최저임금이 인상된다고 인상률만큼만 인건비가 증가할 거라고 보는 건 순진한 생각입니다. 월급 외에도 주휴수당과 퇴직금 등까지 고려하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더욱 늘어납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지난해 가을부터 키오스크를 설치해 직접 써봤는데 너무 좋아서 주변 자영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최우덕(가명) 대표)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분식점은 물론 스터디카페·노래방·세탁소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도입되면서 ‘사람 없는 매장’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한 주 동안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서울 양천구와 강남구·종로구·구로구 등 번화가에 자리한 매장들에서는 키오스크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은 늘어난 반면 키오스크는 렌털·소형화되고 기능도 다양해지면서 최저임금 충격파로 탈출구를 찾는 자영업자들이 앞다퉈 무인매장 설치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스터디카페 입장·맥주집 대기도 키오스크로=교육열이 높은 양천구 목동에서는 키오스크를 설치한 스터디카페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중 A 스터디카페에 들어서자 두 대의 키오스크가 나타났다. 입실용 키오스크 화면에 떠 있는 여러 옵션 중 ‘1회 이용권’을 선택하자 자리 배정표가 등장했다. 현재 이용 가능한 약 50석 중에서 원하는 좌석을 선택한 뒤 휴대폰 번호를 입력하자 인증번호를 담은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키오스크에 인증번호를 입력하고 카드로 결제하는 데 걸린 시간은 1분 미만. 카카오톡을 통해 받은 입장 바코드를 읽히자 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이용시간이 끝나고 퇴실할 때는 퇴실용 키오스크의 화면에서 퇴실을 선택한 뒤 바코드만 읽히면 됐다. 한쪽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문서를 인쇄하고 음료·과자와 같은 간식을 구매하는 것도 자판기 등으로 해결할 수 있어 직원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업종 특성상 늦은 밤은 물론 새벽까지 24시간 운영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이 30% 가까이 오른데다 야근수당까지 지급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키오스크 설치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강남에 위치한 B 수제맥주 전문점은 주문은 물론 대기 손님까지 키오스크를 통해 관리하고 있었다. 입구에 마련된 태블릿형 키오스크에 휴대폰 번호를 적자 카카오톡을 통해 ‘웨이팅 번호-49’와 ‘내 앞 웨이팅-36팀’이라는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에 포함된 링크를 클릭하면 현재 내 앞에 몇 팀이 대기 중인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매장 앞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대기 시점에 맞춰 들어서니 가게 안에도 곳곳에 키오스크가 설치돼 있었다. 직원이 나눠준 팔찌를 각자 착용한 뒤 키오스크를 통해 안주와 음료수를 주문하자 서버가 음식을 가져다줬다. 맥주 역시 기계에 팔찌를 대는 방식으로 따라 마실 수 있었다.



◇비용 절감에 선호도 높아진 키오스크=관련 업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키오스크 도입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키오스크의 대당 가격은 약 300만~500만원에 달하지만 기존 직원을 대체하는 경우 몇 달이면 본전을 뽑을 수 있다. 최근에는 렌털도 가능해 초기비용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현재 카드결제만 가능한 키오스크의 경우 월 렌털료는 통상 3만~10만원대(36개월 계약 시)며 현금 겸용 키오스크는 13만~20만원 정도다. 경우에 따라 약 20만원의 설치비나 배달비를 한 번 부담하고 이후에는 매달 렌털료와 약 2만5,000원 상당의 관리비만 내면 된다. 한 키오스크 업체 관계자는 “올해의 경우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할 경우 주휴수당을 포함해 업주가 직원 한 명에게 지급해야 하는 월급은 200만원에 달하지만 키오스크를 도입하면 이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손세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전자금융의 키오스크 매출액은 2015년 20억원에서 2017년 65억원에 불과했지만 렌털 서비스를 통한 차별화 전략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원, 올해는 150억원, 내년에는 220억원으로 증가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키오스크가 급속하게 도입되고 있는 추세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고 전망했다.


키오스크의 소형화도 도입을 앞당기고 있다. 과거 키오스크는 공간을 많이 차지해 10평대의 소규모 매장에 설치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 제품은 벽걸이형·테이블형·태블릿PC형 등으로 다양해졌다. 작은 키오스크의 경우 가로 20㎝, 세로 30㎝, 높이 25㎝ 정도에 불과해 설치가 쉽다. 키오스크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보안월드의 김동국 부장은 “태블릿PC와 같은 작은 키오스크의 경우 가격이 여타 키오스크보다 저렴한데다가 이동도 쉬워 특히 많이 판매되고 있다”며 “지난 2012년부터 키오스크 보안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그동안 미미했던 매출이 지난해에만 25% 상승했을 정도로 최저임금 상승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카드결제만 가능해 현금 손님의 경우 직원이 대응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카드·현금결제는 물론 삼성페이 등 여타 방식의 결제가 가능하고 주문·결제 외에 다른 기능도 가능하게끔 업그레이드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키오스크 도입 어디까지=전문가들은 키오스크가 빠른 속도로 자영업을 파고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에는 낯설었던 커피 자판기나 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영화관·지하철 등의 티켓발권기가 자연스러워진 것처럼 키오스크도 쉽게 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 대표는 “어르신 등 키오스크를 사용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 매출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는데 실제로 도입해보니 전혀 그렇지 않다”며 “어르신들도 지하철역의 티켓발권기 덕분에 키오스크에 익숙한데다 식당의 키오스크에는 음식 사진 등도 볼 수 있어 오히려 작동이 쉽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키오스크의 증가세는 세계적인 트렌드이기도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마켓앤드마켓은 전 세계에서 주문·결제 등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키오스크(interactive kiosk)의 시장 규모가 2016년 203억7,000만달러에서 오는 2023년에 305억3,000만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용균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수석연구원은 “맥도날드와 타코벨 등의 경우 키오스크를 도입한 뒤 오히려 매출이 약간 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며 “키오스크가 가져다주는 편리성과 비용 절감의 보급 확산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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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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