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의 글로벌 진출을 이끌 핵심 법안이 잇따라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소모적인 토론회만 거듭하다 ‘골든 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완화에 대한 당위성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탓에 절충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바이오헬스 규제완화를 위해 마련된 첨단바이오의약품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올해로 다시 넘어갔다. 이달 들어서도 각종 시민단체과 의료계를 중심으로 공청회와 토론회만 반복하며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은 바이오업계가 가장 고대하는 숙원 법안이다. 기존 약사법, 생명윤리법, 혈액관리법 등으로 흩어진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한 법이다. 합성의약품을 위한 각종 규제를 바이오의약품에 맞춰 새롭게 개편하고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골자다.
수년째 논란을 빚다가 지난해 8월 발의된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우선 맞춤형 심사를 도입해 바이오기업이 최종 임상시험 자료가 확보되기 전이라도 수시로 자료를 제출해 식약처 심사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경쟁력을 갖춘 신약은 일반 바이오의약품보다 심사를 빨리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환자에게 꼭 필요한 신약은 임상시험을 완료하지 않아도 조건부로 허가를 내줄 수 있도록 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지난해 9월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와도 논의를 마친 만큼 별도 공청회를 생략하겠다고 밝히는 등 법안 통과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지난달 추가적인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돌연 입장을 번복했다.
지난해 발의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이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체외진단 의료기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해 업계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다.
체외진단 의료기기는 혈액, 체액, 조직 등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기여서 의약품에 비해 부작용이 현격히 적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더라도 문헌 중심으로 안전성을 평가하는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해 이중 규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국내 바이오헬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핵심 법안이 줄줄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업계의 피로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며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법안은 각 부처가 신속히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