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무인화 쓰나미...밤새 잘려나가는 직원들

최저임금 인상·근로단축 여파

'키오스크' 분식·맥주점등 확산

"대당 수백만원...몇달만에 회수"

#서울 종로구에서 30석 규모의 분식점을 운영하는 이경배(52)씨는 지난해 가을 키오스크(KIOSK)를 들여놓으며 5명이었던 직원 수를 4명으로 줄였다. 키오스크를 설치하기 전 이씨가 지출했던 월평균 인건비는 약 1,200만원. 직원 5명이 주 6일 오전9시~오후9시 근무하며 각각 220만~250만원을 받았고 이들의 휴무일에 맞춰 용역사무소에서 보낸 아르바이트생은 9만~9만5,000원의 일당을 받았다. 키오스크 설치로 주문과 결제를 담당하는 직원이 필요 없어지면서 이씨는 220만원 상당의 인건비 대신 14만원의 렌털료만 부담하게 됐다. 경기도에 24석의 분식점을 추가 오픈한 이씨는 키오스크를 중심으로 가게 인테리어를 꾸몄고 한 명의 직원만 고용해 아내와 함께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17년 가게를 개업할 때만 하더라도 최저임금 이슈가 크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최저임금이 대폭 오르면서 키오스크 설치를 결정했던 것”이라며 “새로 오픈한 지점은 키오스크에 맞게 설계했고 덕분에 비슷한 규모지만 두 명으로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를 크게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환경 변화와 맞물려 패스트푸드점과 영화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키오스크가 분식점과 스터디 카페, 맥주 전문점 등 전 업종에 걸쳐 도입되면서 ‘무인화 쓰나미’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키오스크의 대당 가격은 수백만원에 달하지만 자영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줄일뿐더러 2~3개월만 지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다 최근 들어 키오스크 업계에 렌털 시스템이 속속 도입되고 크기도 소형화되면서 월평균 비용 20만원 미만으로 설치가 가능해졌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그동안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덕에 점포 내에 종업원을 많이 두고 배달까지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지만 최근 들어 인건비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기계로 대체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미 선진국에서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 각종 벤딩머신 시장이 활성화된 것처럼 국내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무인점포가 들어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연하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