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체육계에서 잇따라 성폭행 폭로가 나오는 가운데 국가인권위원회가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빙상, 유도 등 성폭력 폭로가 나온 종목의 전수조사를 실시한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22일 긴급성명을 내고 “스포츠 분야 폭력,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은 이제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방관이나 안일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고 말했다.
최근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에 이어 전 유도선수 출신 신유용 씨가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면서 스포츠 성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최 위원장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관계 부처 공무원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을 구성하고 1년간 기획조사, 진정사건 조사, 제도개선 업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성폭력 폭로가 나온 빙상, 유도 등 종목의 전수조사를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직권조사 권한도 동원하고 필요하면 가해자 처벌 등 구제조치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아울러 스포츠계의 성폭력·성희롱 접수 창구 제도도 개선한다. 이번 폭로로 스포츠인권포털 등 신고 창구가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성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경찰에 직접 연계돼 처리되는 해바라기센터와 같은 유사한 방식의 새로운 신고 접수 시스템을 마련하겠다고 제시했다.
이외에 이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국가 감시 체계도 마련한다.
최 위원장은 “스포츠분야 폭력·성폭력은 일회성·우발적이라기보다는 구조화된 체계 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메달이나 입상 등 성과 중심적 문화는 폭력에 대한 면죄부가 되고 이들 폭력과 밀접하게 결부되어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는 명백한 폭력과 성폭력에 대해서도 저항하기 힘들며 피해 사실을 제3자에게 알리는 것 자체가 매우 힘든 관습과 구조가 있다”며 “정확한 실태파악부터 시작하여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제도 개선, 그리고 국가적 감시 시스템을 완전하게 정착시키는 중장기 계획까지 긴 호흡으로, 그렇지만 최대한 빨리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