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4시께, 올림픽대로를 달리던 승용차 뒷좌석에서 아빠 품에 있던 13개월 유아가 갑자기 몸이 축 늘어지면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의식을 잃었다. 당황한 부모는 진출로로 무조건 차를 몰았다. 서울 지리를 잘 몰라 어느 쪽에 병원이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발만 동동 구르며 이리저리 전화를 하던 순간, 경광등이 달린 차량이 눈에 띄었다. 부모는 차량에 경광등이 달린 것을 보고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직감하고 “도와주세요. 아기가 숨을 쉬지 않아요”라고 고함을 쳤다.
이 차량에는 수방사 헌병단 특임대대 소속 전승근·박종궁 대위, 임차돌 중사, 진성열 상병 등 4명이 타고 있었다. 이들은 수방사 관할 시설물 점검과 순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중이었다. 중대장 전승근 대위는 도로 맞은편에서 유아를 안은 부모가 안절부절못하며 고함을 치는 모습을 목격했다.
사고를 직감한 전 대위는 차를 부모가 있는 쪽으로 몰도록 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전 대위는 유아와 아빠를 차에 태우고 인근 마포의 한 병원으로 향했다. 경광등을 켜고 사이렌을 울려 주변 차량의 도움도 받았다. 병원으로 가는 도중 부소대장 임차돌 중사는 유아의 가슴을 계속 압박하는 방법으로 응급조치를 취했다. 5분 만에 병원에 도착한 뒤 아이는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인천에 거주한다는 부모는 국방부 게시판에 “수방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곳인지 잘 알지 못한다”며 “하지만 어려움에 부닥친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을 보여주신 네분의 행동에 정말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적었다. 이들은 “부대에 도착한 후에도 아기의 안부를 묻고 저희를 안심시켰다”며 “아기가 지금 잘 웃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넸다.
전승근 대위는 23일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한 행동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임차돌 중사도 “평소 교육받고 훈련한 대로 응급처치를 해서 생명을 구해내니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김정수 수방사령관(중장)은 이들 4명의 장병에게 표창장을 수여하기로 했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