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숨진 아이 수년간 상자에 방치한 부모…출생신고도 안해

"아동학대치사죄·시체유기죄 적용 불가…제도 보완 필요"

서울남부지검/연합뉴스TV서울남부지검/연합뉴스TV



출생 신고도 하지 않은 아이를 방치해 사망에 이르게 한 비정한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강수산나 부장검사)는 부부인 김 모(42·남) 씨와 조 모(40·여) 씨를 유기치사 혐의로 지난 17일 불구속기소 했다고 23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지난 2010년 10월에 낳은 여자아이를 방치하다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는 아이에게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맞히지 않는 등 방치했다. 아이는 태어난 지 두달 만인 그해 12월, 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고열에 사흘간 시달리다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았던 아이가 사망하자 이 부부는 아이의 사망 사실도 당국에 알리지 않았다.


이 사건은 지난 2016년 남편과 따로 살게 된 엄마 조씨가 아이의 사망 7년 만인 작년 3월 “죄책감이 들어 처벌을 받고 싶다”며 경찰에 자수하면서 알려졌다. 조씨의 진술에 따르면 이들 부부는 아이가 숨진 뒤 시신을 포장지 등으로 꽁꽁 싸맨 뒤 흙과 함께 나무 상자에 담고 실리콘으로 밀봉해 수년간 집 안에 보관했다. 그는 이사할 때도 이 상자를 가지고 다녔다고 밝혔다. 다만 경찰의 압수수색에서는 조씨가 진술한 상자나 아이의 시신이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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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김씨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검찰은 거짓말탐지기, 통합심리분석 등을 통해 조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아빠 김씨가 인터넷에 ‘시체 유기’라는 단어를 검색한 점, 이 부부의 다른 딸(9)도 ‘아빠가 집 안에 있는 상자를 절대 못 보게 했다’며 상자의 존재를 진술한 점 등을 보아 아이 아빠가 나중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판단하고 기소를 결정했다.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2014년 제정됐기 때문에 2010년 발생한 이번 사건에는 아동학대치사죄를 적용할 수 없었다”며 “사체유기죄도 공소시효 7년이 지난 탓에 적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생신고를 부모가 하게 돼 있는데, 부모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 아동은 국가가 존재조차 몰라 그 어떤 보호도 받을 수 없다”며 “산부인과가 출생신고를 하게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노진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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