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합산규제 부활의 핵심 쟁점으로 KT(030200)스카이라이프 독립이 떠오르면서 KT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를 계열에서 분리시킬 경우 시장 점유율이 대폭 줄어들게 되고 합산규제를 유지하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가 방송법을 두 번이나 개정해가면서 적자에 시달리는 KT스카이라이프 지분을 KT에서 인수하도록 길을 열어놓고 이제 와서 분리를 강제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KT는 KT스카이라이프를 분리시킨 후 합산규제에서 벗어나거나 KT스카이라이프를 자회사로 두고 합산규제 재도입을 지켜봐야 하는 기로에 놓였다.
현재 KT 스카이라이프의 1대 주주는 KT로 49.99%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신영자산운용(7%)과 한국방송공사(6.78%),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5.11%) 등이 뒤를 잇고 있다.
KT가 절반에 가까운 지분을 소유하게 된 데는 사실 국회의 역할이 크다. KT스카이라이프가 지난 2001년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이라는 사명으로 출범했을 당시엔 KT와 지상파 3사가 모두 주요 주주로 참여했다. 하지만 누적 5,000억원에 이르는 적자에 시달리자 지난 2006년 국회에서 위성방송사업자에 대한 대기업의 지분보유 한도를 33%에서 49%로 확대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어서 2009년 다시 한 번 방송법 개정을 통해 대기업 소유제한 49% 한도를 아예 폐지시켰다.
이에 대해 KT는 “당시 스카이라이프가 어려운 경영상황에 시달려 지상파 지분 이탈이 발생했고 이를 인수할 기업이 없어 정부, 국회가 KT의 지분 참여 상한을 완화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KT스카이라이프가 경영 악화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지분 확대를 독려한 반면 갑자기 손을 떼라고 강제하는 셈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분리 이슈는 처음 나온 이야기는 아니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열린 ‘한반도 평화시대, 위성방송의 위상과 역할 강화 방안’ 토론회에서도 공공기관이 KT스카이라이프의 지분을 매입해 공적책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실제 지분 매입에 나설 공공기관이 있을지 불명확할 뿐만 아니라 사기업의 지분을 강제로 내놓으라고 하는 것은 월권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T에선 결국 KT스카이라이프 매각보다는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T 관계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계열사 분리 얘기까지 나오긴 했지만 핵심 주제는 KT스카이라이프의 공공성을 높여야 된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2월 임시국회에서 공공성 제고 방안이 어떻게 논의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 22일 국회에서 KT가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케이블TV 인수합병(M&A)를 추진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 만큼, 합산규제 재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M&A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적극적으로 케이블TV와의 M&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KT의 경쟁력 확보 전략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