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주 정영채 사장 주재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긴급 관리 회의를 진행했다. 향후 부동산 시장 변화와 관련해 지난해 따낸 오피스 투자분의 셀다운 과정을 집중 점검하기 위해서다. 정 사장이 관련 내용을 보고 받고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점검해봐야 한다며 회의를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국내 주요 오피스 거래들을 싹쓸이 했다. 3.3㎡당 3,050만원으로 서울 오피스 단위 면적당 역대 최고가로 거래된 삼성물산 서초사옥(약 7,484억원)을 비롯해 강남N타워(4,860억원), 삼성SDS 빌딩(약 6,000억원), 서울스퀘어(약 1조원)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에서 NH가 일부 매물의 경우 경쟁자들을 따돌리기 위해 시장 예상 시세보다 높은 가격이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NH투자증권 외에도 주요 증권사들은 국내 오피스 투자에 신중 모드로 돌아섰다. 미래에셋대우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심사기준을 한 단계 높여 오피스에 대한 투자를 당분간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투자 역시 국내오피스 투자 심사를 한층 깐깐하게 하고 오피스 보다는 해외 인프라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체투자의 강자인 메리츠종금증권은 보유하고 있던 사옥을 내놨다. 국내 오피스 보다는 해외 오피스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이 과열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증권사들이 지나치게 무리하게 인수전에 참여해 오피스 가격을 끌어 올려놨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초대형IB 시대를 맞아 자본금을 확충한 주요 증권사들이 지나친 내부 경쟁을 시킨 것이 이유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의 부동산 투자는 IB2부문 내 구조화금융·부동산금융·프로젝트금융 3개 본부가 경쟁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나 하나금투 역시 부동산 투자를 담당하는 부서가 2~3개씩 있다. 컨트롤 타워가 있다고 하지만 경쟁 구도아래서 제대로 관리되기 힘든 모습이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딜을 따내면서 기대 수익률은 낮아지고 이로 인해 공제회 등 연기금이 셀다운에 참여하지 않았다. 미매각 물량이 쌓이면서 주요 증권사들은 자기자본을 많이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이 지난해를 정점으로 꺾이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큰 손실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경기가 좋지 않아 기업들의 오피스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너무 긍정적으로 시장을 전망한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고 말했다.
IB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여의도만 하더라도 IFC 한 동이 비어있을 정도로 빌딩 수요가 적은 상황에서 파크원 신축, 사학연금 재건축 추진 등 공급은 늘고 경기 침체로 수요는 많지 않다”며 “성공 투자로 이어질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