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무산]공공기관 지정은 막았지만...상처만 남은 금감원

"상위직 비중 35% 맞추면 돼"

홍 부총리 직접 나서 교통정리

애초부터 가능성 높지 않았지만

금융위와 갈등 커지자 부처협공

일각선 "관료, 윤석헌 길들이기"

홍남기 부총리홍남기 부총리




윤석헌 금감원장윤석헌 금감원장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공공기관 지정 권한을 쥔 기획재정부는 이달 말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금감원에 지난 2017년 기준 45%에 달하는 3급 이상 상위직 비중을 금융 관련 공공기관 평균치인 30% 이하 수준으로 낮추지 않을 경우 공공기관 지정이 불가피하다고 압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감원의 3급 이상 비율을 35%까지는 맞춰야 (공공기관 미지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홍 경제부총리가 말한 35%는 금감원이 그동안 예산 편성 과정 등에서 금융위원회에 제시했던 상위직 비중과 같은 수준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말 금감원 예산을 편성하면서 “감사원 지적대로 상위직 비중을 30%까지 내리고 인건비도 낮추자”고 요구했지만 상위직 비중을 급격히 낮추면 인사 정체가 심각해져 정상적인 조직 운영이 힘들어진다는 금감원 반발에 부딪혀 일단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이날 홍 부총리의 발언도 표면상으로만 보면 금감원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금감원이 적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는 게 금융권의 관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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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상위직 비중을 35%까지 줄이는 시간이 단축됐다. 금감원은 당초 10년 내 이 목표치를 달성하겠다고 금융위와 기재부에 전달했지만 “10년이면 정권이 바뀐 뒤에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와 같은 것 아니냐”는 정부 측 압박에 결국 목표 시한을 5년으로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이날 기자들을 만나 35% 감축을 5년 내 완료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을 받고 “쉽지 않지만 필요조건이라면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그동안 순혈주의를 깨라면서 외부 경력직을 받으라고 압박해 조직 구성이 역(逆) 피라미드 모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와 3급 수석 승진을 막으면 젊은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져 조직이 운영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애초에 공공기관 지정에 대한 의지가 없었으면서 각종 사안에서 사사건건 갈등하는 금감원을 길들이기 위해 이번 논란을 활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금감원 내부 채용비리 의혹이 터져 나온 후라 기재부가 공공기관 지정을 강하게 밀어붙였지만 올해는 이미 동력이 사라진 뒤라 지정 가능성이 애초에 높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간 출신인 윤 원장이 주요 현안마다 자기 목소리를 내자 기재부와 금융위가 협업해 금감원을 압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금융위 입장에서도 금감원이 공공기관에 지정될 경우 예산 편성 권한을 모두 기재부에 넘겨 줘야 해 금감원에 대한 갑(甲)의 위치를 빼앗기게 된다.

금감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모피아(과거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 관료들 사이에 둘러싸인 윤 원장의 현재 입지가 공공기관 갈등 지정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공운위는 오는 30일 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여부를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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