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주휴수당 지급 못해"...소상공인 10명중 6명 '범법자'로 내몰린다

소상공인연합회 '실태조사' 발표

"비용 늘어 지급여력 안돼" 60%

전문가 "주휴수당 제도 폐지해야"

23일 오후 강릉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강릉시청 브리핑룸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23일 오후 강릉시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강릉시청 브리핑룸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김상섭(48·가명)씨는 경기도 의왕시에서 7년간 한곳에서만 피자집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올해도 가게 문을 계속 열 수 있을지 불안하기만 하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16.3% 오르면서 아르바이트생을 6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영업일을 하루 빼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치렀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10.9%나 상승한데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주휴수당까지 가중되면서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김씨는 “주휴수당 폐지가 무산되면서 사실상 최저임금이 1만원 수준으로 오르면서 우리 같은 자영업자들은 ‘범법자’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씨 같은 소상공인 10명 중 6명이 주휴수당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주휴수당 관련 소상공인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4.2%가 직원들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휴수당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21.7%에 불과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 10~21일까지 소상공인연합회 회원과 일반 소상공인 2,7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소상공인들이 주휴수당을 주지 못하는 것은 비용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못하는 응답자의 60.9%가 지급 여력이 안 된다고 답했다. 직원이 일주일에 15시간 미만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주휴수당을 주지 않는 경우는 전체의 21.6%였다. 주휴수당의 부담을 덜기 위해 ‘쪼개기 근무’를 선호하는 점주들도 많았다. 전체의 77.2%가 주휴수당을 주기 어려워 주 15시간 미만으로 근로 계약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근로시간 감소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선의의 역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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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이 주휴수당에 부담을 느끼게 된 배경에는 지난해 12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있다. 최저임금을 산정할 때 주휴 시간을 포함하는 게 골자다. 이로 인해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는 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174시간이지만, 주당 주휴시간인 8시간을 추가하면서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으로 늘어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최저임금 기준 월급은 145만2,900원에서 174만5,150원으로 증가하는데 이를 실제 근로시간 174시간으로 다시 나누면 사실상의 최저임금이 1만30원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해 12월31일 헌법재판소에 시행령이 부당하다고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주휴수당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휴수당은 일정한 내부 노동시장이 있고 승진체계가 공고한 정규직에 더 적합해 단기간 근로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며 “특히 주휴수당이 과거 주6일 근무제 시절에 저임금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것을 고려하면 근로시간에 비례해 임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고 있는 현재 시점에서 주휴수당 제도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은 주휴수당 지급을 강제한데다 법적 처벌 문제까지 불거지게 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의 부담을 가중시킬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심우일·김연하기자 vita@sedaily.com

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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