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제3인터넷銀' 변죽만 울린 당국

은산분리 완화 등 혁신했다지만

무점포 특성 무시 기존 규제 적용

실익 떨어져 네이버 등 참여 포기

23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관심기업 실무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이호재기자23일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에 참석한 관심기업 실무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이호재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금융혁신의 성과물로 언급했던 인터넷전문은행 추가 인가가 흥행에 비상이 걸렸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를 제한한 은산분리 규정을 바꿔 정보통신기술(ICT) 업체의 경우 지분을 34%까지 늘리도록 규제를 없앴지만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무시하고 오프라인 은행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수익모델로서 매력이 급격히 사라진 것이다. 금융당국이 청와대의 규제혁신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세부 규제는 그대로 방치하거나 보이지 않는 규제를 새로 만들다 보니 새로운 플레이어들이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개최한 제3 인터넷은행 인가 심사 설명회에 인터파크·다우기술·위메프 및 시중은행 등 55곳이 참여했다. 지난 2015년 첫 설명회 때 90곳이 넘는 기업이 참석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카카오나 KT 등이 인터넷은행에 진출한 상황인 것도 영향을 미친 것이지만 네이버 등 대형 업체가 일찌감치 진출 포기를 선언하면서 분위기가 기대만큼 뜨지 못했다는 평가다. 인터파크 역시 참여하기는 했지만 간을 보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어서 3월 예비인가 신청에도 빨간불이 켜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소셜커머스 회사 위메프가 이날 설명회에 새로 모습을 보였으나 인가 신청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ICT의 인터넷은행 추가 진출을 통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경쟁을 촉발하려고 했지만 ‘앙꼬 빠진 찐빵’이 돼 버린 것이다. 그나마 ICT기업으로 분류되는 다우기술이 자회사인 키움증권과 교보생명·SBI홀딩스와 손잡고 인가를 받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인터넷은행 진출을 원하는 시중은행이나 금융사들은 많은데 마땅한 ICT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파트너 물색이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2~3개 인터넷은행을 추가로 인가하겠다는 금융당국의 호언장담에도 흥행이 안된 것은 은산분리 등 큰 틀의 규제혁신은 이뤘다고 하더라도 세부 규제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 등으로 무작정 대출을 확대하기도 어렵고 저신용자 중심의 중금리 대출 압박 등으로 리스크는 커져 선뜻 들어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점포 없는 인터넷은행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주택담보대출 등을 시중은행 수준으로 규제하다 보니 매력도 떨어졌다. 예를 들어 주담대의 경우 대출자가 대출금으로 애초 목적의 주택 구입 외에 추가로 집을 사거나 전용하지는 않았는지 3개월마다 확인해야 하는데 전국 곳곳에 점포가 없는 인터넷은행으로서는 대출자를 일일이 찾아갈 수 없는 노릇이어서 주담대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네이버나 인터파크 등 제3 인터넷은행 도전이 유력시돼온 대형 ICT 업체들이 참여를 주저하면서 금융당국이 장담해온 것처럼 메기 역할을 할 인터넷은행을 추가 인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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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오너가 있는 ICT 기업의 경우 인터넷은행 진출로 받게 될 규제 압박이 상상외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처음부터 발을 담글 생각을 않게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국민정서법상 특별한 잘못이 없더라도 인터넷은행을 갖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오너를 국회 국정감사장에 불러내 면박을 주는 것에 대해서도 굉장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보기술(IT) 대기업이 뛰어들어야 협업에 따른 브랜드 이미지 제고, 자본확충, 시너지 확대 등이 가능하다”며 “이런 장점이 없는 기업들과 손잡을 바에야 차라리 기존 모바일 뱅킹 앱을 활성화하는 게 더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아직 예비인가까지 기간이 남아 있고 ‘뉴페이스’가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흥행 실패로 규정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서일범·손구민기자 squiz@sedaily.com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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