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前대법원장 구속… 헌정 사상 초유

法 "범죄혐의 소명, 사안 중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권욱기자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권욱기자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양승태(71·사법연수원 2기) 전 대법원장이 전직 대법원장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구속됐다.

24일 새벽 1시57분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명 부장판사는 “범죄사실 중 상당부분 혐의가 소명됐고 사안이 중대하며, 수사경과와 피의자 지위 및 중요 관련자들과의 관계 등을 비춰 볼 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밝혔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극심한 사법 불신을 낳은 반헌법적 행위의 주도자로서 혐의의 중대성이 그 어느 사건보다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그가 지속적으로 혐의를 부인해온 만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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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확보한 물증도 혐의 입증에 충분하다고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양승태 사법부 시절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으로 일한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업무수첩 3권에 적힌 양 전 대법원장의 직접 지시 사항을 뜻하는 ‘大’자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안종범 수첩과 같은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또 법관 블랙리스트 문건에 담긴 ‘V’ 표시도 양 전 대법원장의 최종 결정 흔적으로 해석됐다. 지난 2015~2016년 한상호 변호사 등을 수차례 독대해 일본 강제징용 소송 절차를 논의한 내용이 담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독대 문건’도 양 전 대법원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아울러 영장을 기각했을 때 불어닥칠 비판 여론도 법원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수많은 인력을 투입한 검찰 수사가 무려 7개월간 이어졌고 그 사이 재판거래 피해자들의 대법정 점거, 김명수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 대법원청사 내 판결 불복자 자살, 연일 이어진 구속 촉구 집회 등 온갖 사건 사고가 잇따랐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일파만파로 확산된 상황에서 실무자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만 구속한 채 ‘몸통’인 양 전 대법원장을 풀어준다면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 또다시 고개를 들 게 뻔했다. 나아가 법관 대부분이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특별재판부’ 도입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법원장 시절 일제 강제징용 사건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 법관 블랙리스트 작성·지시 혐의 등 40여개 혐의를 받았다. 이른바 ‘재판거래’ 의혹의 정점으로 사법부 내 대부분의 폐단이 그의 책임으로 지목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거나 “실무진이 한 일”이라며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오전 10시24분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소환 조사 때처럼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그대로 법정으로 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후 5시간30분가량 영장심사를 받은 뒤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대기하다 결국 구속 신세에 처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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