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칠십삼 번째 생일을 맞는다. 그는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 당선자다. 새삼 트럼프의 나이를 따지는 것은 근래 들어 그의 몇 가지 언행들에 실소를 금하지 못하면서 그의 생년월일을 들춰봤기 때문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에 그는 산타를 기다리는 일곱 살 어린이에게 전화를 해 “아직도 산타를 믿니”라고 물어 주변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연초에 정적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셧다운(연방정부 업무 부분정지)’ 장기화를 이유로 대통령 국정연설 연기를 요구하는 서한을 백악관에 보내자 그는 해외 순방을 계획한 펠로시 의장의 군용기 사용을 불허한다는 답장으로 응수했다. 민주당이 트럼프의 국경장벽 예산을 계속 거부하자 그는 ‘백악관도 셧다운 때문에 힘들다’는 퍼포먼스로 최근 혈기왕성한 전미대학풋볼 우승팀 선수들을 초대한 백악관 만찬 자리에 맥도날드와 버거킹 햄버거 등을 내놓았다. 그럴 때마다 “트럼프는 정말 못 말린다”는 장탄식이 미국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기행을 넘어 ‘대통령의 품격’을 기대조차 않게 하는 트럼프의 행보에 미국민 절반은 그를 이미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찍었다. 한 달이 넘은 셧다운 속에 그의 국정수행에 반대하는 여론은 57%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40% 안팎의 트럼프 지지율이 콘크리트인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 밑바탕은 여전히 탄탄한 미국 경제다. 셧다운에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줄줄이 실업수당 신청에 나서는데도 최근 미 노동부가 발표한 실업수당 청구는 오히려 3,000여건 감소할 만큼 민간 부문의 일자리 증가는 호조세다. 이는 미국의 제조업 생산이 지난해 12월 한 달 만에 1.1% 증가하며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은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집권 2년’의 경제 성적표가 세계 최고 수준인 데 대해 일부 경제 전문가와 비평가들은 다양한 수치와 근거를 들어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 덕택이라거나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기여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나빴다면 현직 대통령에게 전적으로 책임을 돌렸을 것이 명약관화한 만큼 그 성과 역시 현직에 우선 점수를 주는 것이 대통령의 공과를 공정하게 따지는 차원에서도 바른 기준일 것이다.
그래서 지난 2년간 미국 경제가 나 홀로 순항한 비결을 쫓다 보면 역시 트럼프에게도 배울 것은 있다. 20조달러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이 지난해 13분의1 정도 규모인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추월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트럼프 정부의 경제 운용은 특히 문재인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과정에서 중국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한 대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감행했다. 그러나 취임 1년 동안은 속도 조절을 하며 먼저 규제 완화와 대규모 법인세 인하로 기업인의 기를 살리고 미국 경제의 성장세를 강화하는 데 힘썼다. 그가 취임하자마자 중국과 무역전쟁을 일으켰다면 판세는 지금과 크게 달랐을 것이고 미 경제도 훨씬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코 허장성세만 일삼은 것이 아니라 기업인 출신 특유의 치밀한 전략 아래 경제를 챙겼던 셈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잘 아는 미국의 강점을 앞세워 경제 전쟁을 진두지휘했다. 그는 세계 최대 가채매장량을 자랑하는 미국의 셰일 석유 생산을 독려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중남부 지역의 경제를 활황으로 이끌고 미국을 세계 최대 산유국으로 올려놓았다. 이를 통해 중동에 쏠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면서 기름값 등 국내 물가를 안정시켜 안팎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중동·유럽보다 배럴당 5~10달러 싼 미국산 원유가 넘쳐나는 덕에 미국은 경기 확장세가 10년간 이어지는데도 물가 상승률이 2% 수준에서 안정됐고 연준의 긴축 시간표에도 여유가 생겼다.
기업과 시장의 신뢰는 뒷전에 두고 한국 경제의 장점보다 단점에만 초점을 맞춰온 문재인 정부의 지난 시간을 안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보다는 한국의 경제정책을 향해 폭풍 트윗을 날리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