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시그널]"주주권 적극 행사한다…단, 수익을 위해"

글로벌 1위 캐나다연금 아·태 대표 김수이 강연

기금고갈 위기 겪었지만 독립성·투명성 확보

민간보다 높은 수익률에 국민·정부신뢰 받아

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세계경제연구원김수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24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조찬 강연을 하고 있다/사진제공=세계경제연구원



글로벌 1위 연기금인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의 김수이 아시아·태평양 대표는 24일 “우리는 주주권을 적극 행사하되, 장기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투자부서가 결정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세계경제연구원 초청으로 열린 조찬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는 국민연금과 기업(한진그룹)이 싸우는 것처럼 하는데 우리는 기업과 파트너십을 추구한다”면서 이 같이 덧붙였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투자 유형에 따라 개입 정도가 다른데, 비상장 기업은 이사회에서 이사진을 임명하고 기업 전략 수립에 많은 역할을 한다”면서 “상장 기업 역시 기업과 직접 소통을 통해 정보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스튜어드십 코드 실행 뿐 아니라 운용의 전 영역에 걸쳐 정부로부터 독립되고 국민에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CPPIB는 캐나다연금(CPP)만 담당하는 민간 자산운용사”라면서 “CPPIB의 이사회는 금융기관 출신 최고 인재로 구성되며, 정부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구체적인 사례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수익률이 -18%로 떨어졌지만, 연방정부에서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면서 “이것은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전 세계 평균 투자수익률이 -30%인 것에 비하면 선방한 셈이지만, 마이너스 수익률이 났는데도 정부나 일반 국민이 지지해줬다.

관련기사



정부가 관여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1998년 캐나다 연금 고갈 위기 속에서 오로지 수익률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 CPPIB를 설립했기 때문. 1997년까지 캐나다연금은 국채만 투자해왔고, 지방정부는 연금을 인프라 건설에만 쓰고 있었다. 당시 연금 내 전문가가 이대로 가면 18년 후에는 기금이 완전히 바닥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면서 큰 반향이 일었다. 이후 캐나다 재정부는 강력한 연금개혁 제도를 마련해 납입금은 자동 조정을 통해 올리고, 투자수익만 몰두하는 투자기구인 CPPIB를 만들었다.

그는 “우리의 유일한 의무는 의미 없는 리스크를 배제하고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것”이라면서 “독립성을 지키면서 신뢰를 얻기 위해 정부, 국회, 시민을 대상으로 우리의 투자전략을 알리고 누구에게나 공개한다”고 여러 번 강조 했다.

캐나다는 국민연금 뿐 아니라 다른 해외 연기금보다도 유연한 투자 전략을 취했고, 현재까지는 10년 평균 9% 이상의 수익률을 내는 등 성공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가가 떨어지면서 상장사 가치가 하락했고 다른 연기금은 비상장사와 상장사 간 투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비상장사 지분을 팔았다”면서 “CPPIB는 그런 균형을 맞춰야 하는 규제가 없었기 때문에 비상장사를 대거 사들였고, 나중에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고 소개했다. 흔히 연기금은 지역별이나 주식, 채권, 부동산 등 투자자산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만 CPPIB는 그런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거 기금 고갈 탓에 억지로 가입자 납입금을 올렸던 캐나다 연금은 이제는 높은 성과 덕분에 납입금을 올릴 정도로 인정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2주 전 캐나다 정부가 가입자 소득 중 납입률을 9%에서 12%로 올리도록 결정했다”면서 “이는 개인연금 등 민간 영역이 잘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강연 말미에는 참석자들이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발언과, 국민연금이 전문성과 독립성 없이 한진그룹 경영에 개입하하려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국민연금 전문가가 아니다”라면서 말을 아꼈지만 “중요한 것은 개별기업에 대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연구를 통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큰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임세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