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과감한 지원이 ‘수소차 질주’ 이끈다

유상석 충남대 기계공학부 교수




지난 17일 울산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 모두발언을 포함한 산업정책 발표가 있었다. 학계에서 오랫동안 수소전기차를 연구해온 필자에게 이날 행사는 매우 뜻깊었다.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수소와 산소의 화학반응으로부터 직접 전기를 만들어내고 모터를 구동해 주행하기 때문에 배출가스가 순수한 물(H2O)뿐이다. 기존 내연기관으로 구동하는 자동차가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직접 책임이 있는 주체인 데 비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자동차로 미래형 자동차이자 현재 기후변화 이슈로부터 자유로운 자동차다.

더욱이 최근 발표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수소 연료전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은 주행거리나 출력·가속성능 등에서 기존 내연기관자동차에 절대 뒤떨어지지 않으면서도 전기자동차처럼 소음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시승을 해본 사람들은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모터 구동의 특성으로 인해 전기차처럼 운전석과 대시보드에 가히 혁명에 가까운 변화가 수반돼 자동차의 철학을 새롭게 세우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시장 관점에서 보면 현재 세단과 SUV 차종은 국내외 3개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초기 시장이 형성돼 있고 오는 2020년부터는 더 많은 완성차 업체가 시장에 다양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또 주요 선진국에서는 버스·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역할 분담을 위한 실증을 진행하고 있으며 완성차 업체들과 물류 업체들이 공동으로 중대형 트럭 등에 대해서도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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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보면 초도 시장을 형성하고 기술적 장점이 많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도 개척해야 하지만 수십년간 공생관계에 있던 협력 업체와 다 같이 성장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 산업에서 채용하던 대부분의 기술을 수정 또는 변형해 적용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산업은 기존 협력 업체들의 우수한 기술력을 더 키우면서 고도화된 생산인력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전체 산업의 밑그림을 그리는 정부 입장에서는 지원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에서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하고 선진국과 대등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가장 많은 국가로 수출하는 완성차 업계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13년 상용화에 성공한 후로 지금까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최근 판세가 바뀌고 있다.

특히 상용화 후발 주자인 일본은 가히 전 국가적 차원의 추격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발표된 일본의 수소경제 로드맵은 수소자동차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담고 있을 뿐 아니라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노력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는 데 필요한 수소연료 가격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호주로부터 수입하는 것이 그것이다. 더불어 수소차 보조금도 국가지원·지방정부 지원으로 나눠 현재 판매가격 대비 약 40%를 보조하고 있다. 또 97기의 수소충전소를 전국적으로 증설해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 이후에도 주유 시설로 인한 불편을 덜 겪도록 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 정책 지원으로 최근 일본 차는 시장 우위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일본 차를 선호하는 미국에서는 도요타 미라이가 2018년 1월 기준으로 약 3,000대의 판매 기록을 세웠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2019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889대의 판매기록에 그치고 있으며 국내 수소충전소는 15곳에 불과하다. 수출 주도형 국가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성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성적은 결코 우리의 기술력이 떨어져서도, 시장 이미지가 나빠서도 아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과 수소차 보급을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국내의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 산업 육성에 대해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하고 있다.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 모두 관련 산업의 발전에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와 완성차 업체, 그리고 관련 산업의 관계자들은 이러한 다양한 시각에서 나타나는 우려를 다시 한 번 살펴보되 적극적으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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